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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의 리더십을 배워라

익산시민 유 성 무

비행기로 여행 중이던 어느 수녀(修女)가 승무원에게 물었다. 기내식을 안 먹을 테니 돈으로 줄 수 있겠냐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탑승한 많은 승객들도 수녀의 뜻에 동참했다. 수녀의 제안에 승무원은 본사에 연락해서 승인을 받았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 수녀는 또 승무원에게 남은 기내식은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다. 폐기를 한다는 승무원의 말에 수녀는 남은 기내식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수녀는 기내식 값 몇 백 달러와 기내식을 받아서 방문한 지역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나눠줬다.

하루는 그 수녀가 모금함을 들고 맥주 파는 술집에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돌보는 고아들이 며칠째 굶주리고 있음을 말하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눠달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그 때 한 남자가 그녀에게 맥주를 끼얹었는데, 그러자 그녀는 말했다. “저를 위해서 맥주를 나눠주셨네요. 그러면 불쌍한 고아들에게는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수모를 감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한 여성을 필두로 여러 사람들이 모금에 동참했다.

그 수녀는 ‘사랑의 선교회’를 창설하고 평생 동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던 ‘빈자(貧者)의 성녀’ 테레사 수녀였다. 197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그녀는 자신의 수상 축하만찬 비용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고 제안했다. 그녀의 뜻에 감동한 사람들이 그 뜻을 따름은 물론이고 즉석에서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그녀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와 봉사를 이끌어냈다. 언제 어디서나 기부와 봉사를 요청하는 행동에 대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질문하자, 그녀는 답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라면, 누군가에게 구걸하거나 아쉬운 소리하는 행동은 전혀 부끄럽거나 수치스럽지 않습니다."

테레사 수녀의 이런 모금 및 기부 촉구행위, 빈민구제활동의 방향성과 방법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녀의 사후에 공개된 비밀편지의 내용으로 파문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녀는 빈민구제활동을 하면서부터 끊임없이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 고뇌하면서 극도로 외로운 내면의 세계 속에서 살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없는 자신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고도 한다.

성녀가 아닌 고뇌하는 인간 테레사 수녀의 삶을 통해서 우리시대를 이끌어갈 참된 리더의 자세를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 리더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역할이라도 기꺼이 할 수 있어야 한다. 테레사 수녀라고 어찌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향해 손을 벌린 것은 자신의 소명인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함이다. 무릇 리더가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겨야 할 것은 오직 하나다. 조직의 사명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경우에서도 몸을 내던지겠다는 실천적 의지의 부재다.

둘째, 리더는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폐쇄적인 조직이 아니라면 대중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조직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테레사 수녀는 행사참여, 강연, 저술, 언론노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면서 기부와 자원봉사를 유도했다. 리더는 조직의 사명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고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창의적 접근방법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리더는 자신의 세계관에 대하여 항상 고뇌해야 한다. 여러 정황을 볼 때, 테레사 수녀의 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강압하는 세속적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이 땅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자들 속에서 신의 참뜻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던 것 같다. 리더는 자신만의 가치에 갇혀있으면 안 된다. 교조적(敎條的) 신념의 추구보다는 현재의 불의와 불합리를 깨려고 끊임없이 고뇌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구한말에 비견되는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강대국들의 세력다툼에 끼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부의 양극화, 고령화, 세대간ㆍ지역간ㆍ이념간 갈등, 고용불안, 서민경기침체 등 빨리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이런 문제들은 정치적 대타협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그 어떤 때보다 대승적으로 소통하면서 파편화된 국론을 모으는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테레사 수녀가 보여준 낮은 자세로 섬기는 리더십과 창의적인 문제해결방법, 현실에 대한 고뇌 등을 실천하는 리더의 등장과 함께 이런 리더를 선택하는 국민적 안목이 참으로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