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의 정치가이며 문인인 범중엄范仲淹이 변혁을 도모하다 귀양을 가게 되었다. 이때에 악양岳陽에 유배되어 있던 친구 등자경이 막 악양루를 중수한 상태였는데, 범중엄에게 누각에 관한 글을 부탁해왔다. 이에 누각을 빌어 호수를 쓰고, 호수를 빗대어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으니, 그것이 바로 악양루기이다.

오늘날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먼저 문장을 통해 이 누각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악양루기의> "먼저 천하의 걱정을 근심하고, 이후 천하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라."는 구절은 중국인들 모두가 늘 사용하는 익숙한 글귀이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의 경관과 누각은 바로 이 문장에 의해 새롭게 바뀌었다. 문장의 첫 구절에 누각이 "북으로 우샤로 통하고, 남으로 소수와 상강에 이른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누각의 남북 양쪽에 각기 문을 만들고, 그 위에 이 구절을 새겨 놓았다. 누각 안으로 들어서면 긴 족자에 이 문장이 새겨져 있다. 글씨가 아름답고 중후한 멋이 있으며, 녹색의 분을 뿌려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후세인들이 이를 읽다보면 절로 예전에 읽은 그 문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흥미롭고 기이한 일이다. 처음에는 경관으로 인해 문장이 쓰였고, 이후 문장이 경관을 만든 셈이다.

중국에는 폄관문화貶官文化 즉 유배나 강등을 당한 관리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가 있다. 많은 문화 유적지는 또한 유배당한 이의 행적이기도 하다. 그들은 황제의 총애를 잃고 결국 외로운 처지로 몰락하고 만다. 비극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외지로 쫓겨나 이곳 저곳을 떠돌다 보면 절로 친근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리하여 문장이 생기고 시가 탄생하게 되는데, 그것들이 또한 절창인 경우가 적지 않다.

때로 시간이 흐르거나 왕조가 바뀌어 상황이 변할 경우, 조정에서 그에 대해 재평가를 내리거나 명예를 회복시킨다. 이에 그는 인품과 문품을 두루 갖추게 되어 사서에 이름과 작품이 전해지고 후인들에 의해 암송되기에 이른다. 그들이 가까이 했던 산수나 누각은 그대로 유적이 된다. 땅은 사람에 의해 전해지고 사람은 땅에 의해 전해지니, 사람과 그 사람이 살던 땅은 서로 비추어 모두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