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기 익산 희망정치
시민연합 대표

오늘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37주기 추도식이 있는 날이다. 온 가족이 모여서 어머니를 추모했다. 그런데 나는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하다.

아마 어머니는 돌아 가신지가 오래되었고 아버지는 아직 내 마음에서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까닭인가 보다.

동생들이 모두 떠나고 깊어 가는 가을밤에 나는 작년에 부치지 못한 편지를 꺼내서 다시 읽어 본다.

<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

아버지, 오늘 밤 저는 아버지 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쓰시던 침대에 누워 봅니다. 당신이 사용하시던 서랍장을 열어 보니 안경, 모자, 지팡이, 사진..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아버지만 안 계시는군요.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치는 그리움과 미안함 때문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왜,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소천하기 며칠 전 며느리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씀하실 때, 그 날 아침 출근하는 며느리에게 연약해진 손으로 악수를 청하셨을 때 눈치를 챘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련한 아들은 우리 곁에 좀 더 계실 줄로만 생각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정말 후회가 되는 것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당신은 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 오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23년에 고창에서 태어나셔서 청년시절엔 만주에서 풍찬노숙을 하셨고 6.25때는 죽을 고비도 넘기셨지요.

당신은 늦은 나이에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하고 3남 1녀를 낳은 후 비로소 안정된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편안하고 행복했던 순간도 그리 길지는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암 투병 끝에 돌아 가셨고 아버지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장남인 제가 중학교 3학년,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 어린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그 황망함과 안타까움이 얼마나 크셨는지요?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 할 여유도 갖지 못한 채, 자식들을 먹이고 가르치기 위해 힘든 세월을 보내셨지요.

여동생의 표현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당신의 수고와 헌신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아들과 막내 아들은 목사가 되었고, 딸은 착한 신랑을 만나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남인 저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 건설을 꿈꾸는 자로 성장 하였습니다.

아직 세상적인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바른 생각, 바른 마음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아버지 덕입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고단한 삶을 사셨지만, 실패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의 자녀들로 인해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모든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어머니 곁에서 편히 쉬세요. 천국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 형제간에 더 우애하고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모든 일이 잘 될 것입니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실금 한 줄에 불과한 것을 다시금 알게 하셨습니다. 먼 훗날 저도 그 선을 넘어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겠지요. 아버지를 다시 만나면 꼭 할 말이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살겠습니다.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