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대 무왕의 이름은 장璋인데, 어머니가 홀로 경사京師 남쪽 못가에 집을 짓고 살면서 못의 용과 교통하여 낳았다고 한다. 어릴 때 이름은 서동薯童으로 기량이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컷는데, 항상 마를 캐다가 파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이로 인하여 이름을 삼았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가 매우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깎고 경사에 와서 마를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니 아이들이 친하게 따랐다. 이에 노래를 지어서 아이들을 유혹하여 부르게 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정해놓고

서동방薯童房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네.

동요가 서울에 가득 퍼져 궁궐에까지 알려지자 백관들이 극간하여 공주를 먼 곳에 유배시켰는데 떠날 때 왕후가 순금 한 말을 노자로 주었다. 공주가 유배지에 이르게 되자 서동이 도중에서 나와 절을 하면서 모시고 가겠다고 하였다. 공주는 비록 그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 몰랐으나, 우연히 만남을 기뻐하고 믿고 따르게 하였고 몰래 정을 통하였는데, 그런 연후에야 서동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이에 동요의 징험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백제에 이르러서 어머니가 준 금을 내어 살아갈 계책을 세우려고 하자 서동이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물건이오?”라고 하니, 공주가 말하기를 “이것은 황금으로 100년동안 부를 이룰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서동이 말하기를 “내가 어려서부터 마를 캐던 곳에 이와 같은 흙덩이가 쌓여있소”라고 하였더니 공주가 그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말하기를, “이것은 천하의 지극한 보배입니다. 당신께서 금이 있는 곳을 아신다면 이 보물을 부모님의 궁궐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였고, 서동이 좋다고 하였다.

이에 금을 거두었는데, 마치 구릉처럼 쌓였으므로 용화산 사자사의 지명법사가 있는 곳에 가서 금을 운반할 계책을 물으니, 법사가 말하기를 “내가 신통력으로 옮겨줄테니 금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공주가 글을 써서 금과 함께 사자사 앞에 가져다 놓으니 법사가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신라의 궁중으로 날라다 놓았으므로, 진평왕이 그 신통한 변술을 이상하게 여겨서 더욱 존경하여 항상 글을 보내어 안부를 물었다.

서동이 이로써 인심을 얻게 되어 왕위에 올랐다. 하루는 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에 행차하려고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이르니, 미륵삼존이 못 속에서 나와 수레를 멈추고 경의를 표하였다. 부인이 왕에게 말하기를 “모름지기 큰 절을 이곳에 세우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왕이 허락하였으므로, 지명법사에게 가서 못을 메우는 일을 물으니,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산을 허물고 못을 메워서 평지를 만들었다. 이에 미륵법상 3개와 회전·탑·낭무 각각 3개소 씩을 창건하고 액額을 미륵사라고 하였다. 진평왕이 백공百工을 보내어 도왔는데, 지금까지도 그 절이 남아있다.

[《삼국사》에 말하기를, 이는 법왕法王의 아들이라 하였는데, 여기서는 과부의 아들이라고 하였으니 알 수가 없다]

『삼국유사·三國遺事』 무왕조에 실린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