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량은 한韓나라 사람이었다. 그의 가문은 한나라의 세족으로서 대대로 고관을 지냈다. 그의 아버지도, 조부도, 증조부도, 고조부도, 오대조도 모두 한나라의 수상이었다. 장량의 집안이 그렇게 은혜를 입었으며, 소중히 여기던 조국 한나라는 진秦나라 시황始皇에게 멸망을 당하고 말았다.

조국을 빼앗긴 장량은 원수의 나라 진에 대한 복수심이 불타고 있었다. 약관 20세의 몸으로 가족도 재산도 저택도 버리고, 죽은 아우의 장사도 치르지 않은 채 금은 재보를 지니고 집을 뛰쳐나왔다. 오직 조국의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에서였다.

그러나 원수의 진나라는 청년 장량에게는 너무나 벅찬 상대였다. 하지만 장량은 대담하게 진시황을 저격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천하에 당할 사람이 없는 강력한 역사 한 사람을 사귀었다. 그리하여 무게가 백이십 근이나 되는 큰 쇠망치를 만들었다. 때마침 진시황이 순시하기 위하여 박랑사라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는 역사를 박랑사의 모래톱에 숨겨두고 기다리게 했다. 드디어 진시황의 행차가 그곳을 통과하였고 역사는 비호같이 달려들어 진시황의 수레를 쇠망치로 내리쳤다. 그러나 그것은 진시황이 아니었다. 드디어 천하는 발칵 뒤집히고 장량은 지명수배자가 되었다. 온 천하를 10일 동안 대수색을 벌였으나 장량은 당황하지 아니하고 이름을 바꾸고 하비라는 곳에 가서 이교라는 다릿가를 오가며 태연하게 둑 위의 버드나무를 세고 있었다. 사람들은 장량을 보고 “여보 장량의 소문 못 들었소”라고 물었다고 하여 「장량 소식 문장량 張良 消息 問張良」이란 고사가 생겨났다.

땅거미가 내리는 다리 위에 한 늙은이가 나타났다. 우연인지 고의인지 장량을 만나는 순간 자기의 신발을 다리 밑에 떨어뜨렸다. “여봐 젊은이 저 신발 좀 집어오게나” 장량은 순순히 다리 밑으로 내려가 신발을 집어 왔다. “집어 오기만 하면 되나 여기 내 발에 신겨야지” 노인은 발을 쑥 내밀었다. 장량은 노인의 의젓한 태도에 위압을 느끼면서 꿇어앉아 신발을 신겨 주었다. 늙은이는 신발을 신은 뒤에 장량을 다시 한번 바라보면서 “젊은이 자네는 가르칠만한 사람이군, 5일 뒤 날샐 무렵에 여기에서 나를 기다리게” 하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노인은 가버렸다. 약속된 날 장량이 달려갔다. 그러나 노인은 벌써 먼저와 있었다. 노인이 성내어 꾸짖었다. “늙은이와 약속을 하고 늦게 오다니 그런 버릇이 어디 있담. 5일 뒤에 다시 오게나” 다음 약속 날에는 닭이 울 무렵에 달려갔으나 노인은 이미 와 있었다. “또 늦었구나.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니 다시 5일 뒤에 나오란 말야”

이번에는 장량은 밤을 새우며 기다렸다. 얼마 뒤에 노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할 일이지”하고 품에서 책 한 권을 내주었다. “이것을 정성 들여 잘 읽으면 제왕의 스승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10년을 지나면 이 책이 크게 소용될 것이다. 그리고 13년이 되면 자네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제북의 곡성 산하에 누른 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의 화신일 것이다”라고 말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 책이 바로 병법《삼략三略》으로서 강태공의 병서였다고 한다.

그 뒤 13년 만에 장량은 과연 제북 곡성 산하에서 한 개의 황석을 발견하고 가져다 사당을 짓고 모시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