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삼정원장

성산 김 영 주(도영)

이야기 하나, 특검이 삼성을 잡고 이제 우병우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다. 특검이 우병우의 조사를 하는 것은 대체로 4가지 혐의에서다. 최순실 국정농단 비호 묵인 직무유기 의혹,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 가족 회사 돈 횡령 및 개인비리 혐의 등이다. 우병우는 경북 봉화에서 교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1967.1.8.) 경북 영주에서 초·중·고(1984) 를 졸업하고, 학력고사 전국 53위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입학하였으며 3학년 때 제29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20세)을 한 수재이다, 그 후 제18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지청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이야기 둘, 언젠가 발목을 다쳐 원광대학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다. 2인 병실이라 옆 침대에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결국 그 할아버지가 7층에서 투신하여 자살한 것을 목격했었다. 이 할아버지는 늘 나에게 아들과 딸이 4명이 있는데 모두가 교사이고 며느리 둘도 교사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했었다.

명석하기가 둘째라면 서러워할 인재가 국가적 범죄혐의로 조사를 받는가 하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자녀들을 둔 아버지가 외롭고 힘들어 자살하는 세태는 왜 일어나는 걸까? 여러 가지의 사회적 문제가 많겠지만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되어지는 건 교육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지식을 위주로 하는 과열 교육 풍토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실정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과외 열풍은 어릴 때부터 자기 스스로를 돌아볼 겨를이 없이 여기저기 학원으로 빙빙 돌려지고 있다. 또한 대학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능 시험장에서 벌어진 부정행위, 교사 답안지 대리 작성 등 그 수법과 정도는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희생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바른 인성과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이 아닌 경쟁 사회에서 남을 밟고 일어서려는 이기주의와, 배움의 즐거움보다는 사회적 배금주의에 먼저 맛을 들인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함께 더불어 사는 전인적 인간 형성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는 혼자만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운과제다. 사회적인 제도개선과 학교풍토 변화, 교육과 사회를 바라보는 모두의 가치관 변화가 필요하다.

고도 산업화에서는 차원이 높은 지력(higher mental ability) 즉 창의성을 요구한다.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여도 다른 음식점과 같은 방식으로 하면 성공할 수 없다. 하물며 기업은 말할 나위도 없다. 벤처산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을 받는 인구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 그들이 지니고 있는 지력이 사실의 암기에 치우친 차원이 낮은 지력(lower mental ability)이라고 하면 결코 개인 및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몇 년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대장금'은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해 준다. 극 중 주인공인 장금은 어머니로부터 '창의성 교육'을 받고 자란 반면, 금영은 5명의 수라간 최고상궁을 배출한 집안에서 '주입식 영재교육'을 받았다. 장금의 어머니는 요리를 '혀'가 아닌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일환으로 보라고 요구한다. 반면 금영은 '정량'과 '매뉴얼'에 주의를 쏟는다. 금영의 요리스승인 최 상궁은 ‘음식이란 어떻게 양념을 정확하게 집어넣어 조화를 이루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가르친다. 한 상궁은 장금에게 많은 경험을 시키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 그래서 첫 번째 과제를 통과한다. 목이 아픈 사람에 물을 줄 때는 따뜻한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야 함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허구성을 갖춘 드라마이지만, 나는 그 속에서 교육 방법의 뚜렷한 차이를 느끼며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명암을 더듬어 본다. 학교교육은 학생들의 풍요로운 미래의 삶을 위한 것이나, 우리의 학교교육은 그 근본적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학교교육은 첫째, 학생들의 총체적인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야 하며 둘째,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의 성격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혜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실천하는 지식이라는 말이 있다. 배움은 시작이요, 끝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말한다. 그러나 앎과 행이 일치하기는 무척 어렵다. ‘지행합일’의 원리와 깨달음을 많은 성인들이 이야기하고, 실천을 위해 평생을 바친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다. 지금의 입시위주의 단순 암기 교육과 경쟁체제는 죽은 지식과 죽은 사회를 만들고 있다. 배움이 진정한 지식이 되고 올바르게 실천되는 지혜가 되기 위한 마음공부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학문을 통해서 성현의 정신을 배우고 예절을 익히며 인간의 도리를 행하고 마음 다스리는 법을 깨우치며 문명을 차분히 발전시켜 왔지만 농경 사회를 지나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 건너오는 동안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 지고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정신은 오히려 복잡해지고 마음은 편치 않아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으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물질이라도 사용하는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그 물질이 도리어 악용되는 것이며 아무리 좋은 기술과 학식이라도 바르지 못한 마음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해독을 주는 결과를 우리는 눈앞에서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마음은 살아있는 것이고 길들이는 대로 되는 것이기에 원래 각자에게 갊아 있는 본성을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계발하고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가르친다면 결함 없는 인격을 갖추고 세상은 올바르게 발전해 나가겠지만, 사람들은 늘 눈앞에 보이는 실체만 따라 잡으려 하기 때문에 항상 허망한 곳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