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 않음으로써 사라지지 않는다-

천하가 모두 알고 있는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꾸민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더러움이다.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착함이 착함을 꾸민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착함이 아니다.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말미암아 있고 없으며, 쉬움과 어려움은 서로 말미암아 쉽고 어려우며, 길고 짧음은 서로 말미암아 길고 짧으며, 높음과 낮음은 서로 말미암아 높고 낮으며, 내는 소리와 들리는 소리는 서로 말미암아 나고 들리며, 앞과 뒤는 서로 말미암아 앞서고 뒤선다. 그러기에 성인은 무위로써 모든 일을 하고, 말없는 가르침을 베풀며, 만물을 이루어내되 그 가운데 어떤 것을 가려내어 물리치지 않으며, 낳고는 그 낳은 것을 가지지 않고, 하고는 한 것은 뽐내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머물지 않음으로써 사라지지 않는다.

윗글은 노자의 『道德經』 제2장의 말씀으로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유무有無, 難易난이, 장단長短, 고하高下, 음성音聲, 전후前後가 그렇습니다. 있음과 없음은 서로 말미암아 있고 없으며, 쉽고 어려움은 서로 말미암아 쉽고 어려우며, 길고 짧음은 서로 말미암아 갈고 짧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지 못한 것이 있기에 비로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선함은 악함이 있어 성립되기에 모든 개념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적 개념의 세계에서 가치의 위계질서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도는 나누고 분별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무분별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곧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선함은 곧 선함이 아닙니다. 사실 자연에서 가치의 서열이란 없습니다. 그것은 인위적인 것이지요. 자연의 세계에서는 가치의 순환적 질서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노자는 유무상생有無相生으로 나아가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