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유비가 서천을 얻은 후 제갈량은 엄정하게 법을 세우고 집행했다. 그러자 법정은 한고조 유방이 3가지의 간단한 법령으로 천하를 안정시킨 사실을 들어서 법의 완화를 건의했다. 제갈량은 과거 서천의 제후였던 유장이 유비에게 나라를 잃은 이유를 덕도 없으면서 법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진단했다. 법치를 통해 강력한 혁신을 추진한 결과로 유비의 촉한은 민심을 얻고 나라의 기틀을 잡게 됐다.

제갈량의 국가적 환골탈태 노력은 화합(和合)과 통합(統合)의 본질을 보여준다. 화합은 화목하게 어울리는 것을 뜻하는데, 화목은 서로 뜻이 맞고 정다움을 의미한다. 통합은 여러 요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조직되는 것을 뜻한다. 제갈량은 국민적 화합을 통한 민생안정과 국가적 통합을 통한 안보확립의 기본 틀을 공정한 법질서에서 찾은 것이다.

화합(和合)을 내 방식으로 해석해보겠다. 화(和)는 벼(禾)와 입(口)이 모였으니, 수확한 벼를 나눠서 배곯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합(合)은 사람(人)과 하나(一), 입(口)이 만났으니, 사람들이 뜻을 모으려면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統合)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겠다. 통(統)은 실(?)을 잘 풀어서 길게 만드는 것(充)이니,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화합에는 공평과 공정이 전제돼야 하며, 통합에는 질서가 따라야 한다고 이해된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는 1919년 대한민국 건국 후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국가적 선택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보듯이, 한국전쟁 이후 그 어떤 때보다도 국가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 속에서 북한 핵무장과 사드를 빌미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 가운데 일본이 군사대국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정권의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 논란 속에서도 정작 위험의 중심에 있는 우리나라는 아웃사이더로 전락하지 않은가?

국가를 지탱하는 민생은 파탄일로에 처해 있다. 각종 사회지표를 논할 것도 없이, OECD 최고인 자살률이 우리를 옭죄는 희망 없는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희망을 앗아가는 것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공정, 경제적 불평등이다. 국가의 근본이 붕괴되고 있는데도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정권과 정치권은 창조경제니 4차 산업혁명이니 속빈 수사만 늘어놓으면서, 뒤로는 기득권층들과 결탁해서 온갖 탈법과 편법으로 사리사욕을 탐한 결과가 작금의 참담한 민생파탄이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국가적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를 몰아냄으로써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게 됐다. 현재의 국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와 정치적 능력을 가진 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함으로써 국가 재건을 하라는 것이 촛불을 든 국민의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화합하고 국가 시스템을 통합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그야말로 위태롭기 짝이 없다. 적당한 사회적 타협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방향과 국가운영의 대원칙을 수립하고 강력한 혁신을 밀고 나가야 할 때다. 평화통일원칙 하에 남북대화와 상호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 썩어빠진 정치세력을 쓸어내고 이들에게 빌붙었던 관료사회를 뜯어고쳐야 한다.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층의 탐욕으로 비틀어진 경제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어도 납득은 할 수 있는 국가복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며, 새로운 대통령과 정치권의 사명이다. 참으로 쉽지 않은 국가적 과제다.

국가재건의 선결과제인 국민적 화합과 국가적 통합을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나는 제갈량이 펼친 것과 같이 공정한 법질서를 통한 신상필벌과 약자에 대한 배려 외에는 그 어떤 방법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원칙이 바로 서야 국민 화합을 통한 국가 역량 극대화를 기할 수 있다. 그래야만이 힘이 유일한 덕(德)인 국제질서 속에서 주권국가로서 살아남고 평화통일과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오로지 공정한 법 집행과 사회적 약자 배려에 대한 의지와 실천능력이라는 기준에서 선택돼야만 한다. 누가 촛불민심과 함께 하는 구심점으로서 혁명을 이끌어갈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누가 대공황 이후 국가를 송두리째 바꾸는 과감한 혁신으로 미국을 되살린 프랭클린 루즈벨트처럼 굳건하게 밀고 나갈 것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누가 좋거나 싫다는 것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추운 겨울 삭풍도 이겨내고 온 나라를 뜨겁게 밝히고 있는 촛불은 꺼진다.

촛불혁명은 나라를 망쳐놓은 오랜 적폐세력을 척결하겠다는 국민적 선언이다. 수구세력과의 결별선언이다. 수구적폐세력은 화합과 통합을 막는 암 덩어리다. 엄정한 법의 심판 대상일 뿐이지 결코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5월 9일 적폐와의 타협 없이 국민의 뜻을 모아 공정하고 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 설 공복을 선출하자. 언제까지 다른 나라 눈치 보면서 살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찾지 못해 자살하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