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군亂君은 있어도 난국亂國은 따로 없으며 치인治人은 있어도 치국治國은 따로 없다. 예의 활 쏘는 법이 없어진 것이 아니지만 세상에 예와 같은 명사수가 없으며, 우왕의 법이 엄연히 있었건만 하夏시대에 우왕 같은 왕자가 없었다. 그러므로 법이 능히 독립해서 효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요. 법규의 조례가 저절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인재를 얻으면 살고, 그 인물을 얻지 못하면 법과 조례는 죽는 것이다. 법이란 정치의 한 단서가 될 뿐이요. 군자란 법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있으면 법이 간략해도 두루두루 널리 시행될 수 있고, 군자가 없으면 법이 아무리 세밀하게 구비되어 있어도 그 선후를 알아서 사리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으므로 혼란을 초래하기에 족하며, 법의 정신을 모르고 법의 조문만 기억하면 아무리 널리 많이 알아도 실제에 임하면 반드시 혼란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먼저 그 인물을 찾기에 급하고, 우매한 군주는 먼저 권세를 잡기에 급급하다. 급히 그 인물을 얻으면 몸은 안일하고도 국가는 잘 다스려지고 공적은 크면서 명성이 빛날 것이니 잘하면 가히 왕자가 될 것이요. 좀 못돼도 패자는 될 것이다. 그러나 인물을 구하는 데는 급하지 않고 권세를 잡는 데만 급하면, 몸만 고달프고 나라는 혼란해지며, 공적은 거두지 못하고 이름만 욕되게 하여 사직은 위태할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인물을 구하는데 수고롭고 인물을 얻은 뒤에는 안일한 법이다. 」

순자荀子의 「군도」 편에 나오는 말씀이다.

난군은 있어도 난국은 없다. 훌륭한 정치가는 있어도 훌륭한 정치는 없다. 왜냐하면 제도나 정치가 아무리 좋게 마련되어 있어도 이것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치인은 있어도 치국은 따로 없는 것이니 군주의 제일 중요한 것은 군자를 얻어 국정을 맡기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