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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고, 경쟁하고, 싸우면서 웃어주는 정치

(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경쟁이 치열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힘이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경쟁이 우리 자신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막바지인 요즈음은 여야 사이뿐 아니라 각 후보사이에 오고가는 말을 듣다보면, 이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정치나 선거에서 웃음이 사라진지도 정치가 시민들을 웃게 만든지도 언제였던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무엇이든 상대방 탓으로 만들고자 하고 마치 ‘거울 이미지 효과’처럼 마주보면서 모진 말들을 반사하듯 주고받는 동안 정작 중요한 내용은 뒷전으로 하고, 실체적 당면사안을 다루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안 해도 되는 일처럼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전공이 예술인 필자가 정치평론가나 정치인이 해야만 될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보편화된 요즘 사태에 분명하게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싸움이 있는 곳에 정치가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싸우기 위해 정치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사회에서 갈등과 다툼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정치의 역할과 기능이 있는 것이지 거꾸로 정치가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싸움을 인위적으로 조장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반(反) 사회적인 일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대신 없는 갈등을 만들고 사소한 갈등을 즐겨 최대화하려는 것을 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정치가 필요하고 선거가 필요하겠는가? 정치적이되 아름답고 여유로워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데 사실이 형용모순이야말로 정치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경쟁과 정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어려움은 갈등적인 요구들 사이에, 혹은 해결할 수 없는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일하는데 있다. 그 때문에 정치라는 인간 활동은 수많은 이율배반을 감당해 내지 않고는 실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상식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규범이나 도덕적 기준을 연장해서 정치를 다루는 것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자신의 영혼이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익을 위하여 ‘악마의 무기’를 손에 쥐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 인간의 정치다.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선택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정치언어의 큰 역할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변화와 개선을 위한 ‘가능성의 공간’을 확대하는데 있지 상대방이 거부감을 갖도록 정형화된 이미지를 부과하여 소모적인 갈등을 계속 유지하는데 있지 않다. 자유민주주의는 강제나 억압이 아닌 설득의 힘, 말의 힘을 통하여 실현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당연히 정치언어가 좋지 않다면 그런 공동체에 가까이 가기는 어렵다. 변화와 개선을 이끌어갈 적절하고 아름다운 말을 쓰는 일이 오늘날 정치가의 의무이자 규범이 되었으면 싶다. 우리의 공동체를 사람 살만한 풍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으뜸은 생산도, 성장도, 기술도 아닌 좋은 말의 효과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지 못하면 우리 지역 정치의 긍정적 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 진다.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쟁과 더불어 선거와 같은 결단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어떠한 사안이든 절대적으로 옳은 결론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와 주장 그리고 서로 다른 의견 사이에서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많다.

상대의 관점에서도 생각할 줄 알아야하고 결정에 따라 선택에 의해 갈리게 될 피해자와 수혜자의 관점도 균형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당파적이고 반대 후보자의 입장을 말하더라도 최대한 보편적이고 공정할 때 변화와 발전은 시작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그저 자신의 주장과 계파의 파당적 입장만 계속하고 반복하여 고집스럽게 내세우며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을 ‘정치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가 토니 모리슨(미)은 “문학은 정치적인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학뿐 아니라 정치도 아름다워야 하며 더 나아가 즐기면서, 경쟁하고, 웃으면서 싸우는 분위기- 그때만이 정치는 희망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