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길에서 소크라테스를 만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평소 그는 언제 몸을 씻었는지 모를 정도로 불결하고 옷도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녔고 이를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날은 청결하고 말쑥한 모습이었다. 그 까닭을 묻자 소크라테스가 대답했다.

“아가톤의 집에서 열리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거든. 어제 아가톤의 비극이 연극제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오늘 밤 축하연이 얼리는 거지. 미남의 집에 가기 위해 나도 말끔히 단장한 거야. 자네도 같이 갈래?” “좋지요” “그럼 함께 가세”

플라톤의 작품 『향연』의 시작부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만난 아리스토데모스는 연회에 초대를 받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제자인 아가톤이 주최한 파티의 주빈이었기에 함께 가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여겨 함께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두사람이 아가톤의 집으로 향하는 도중에 소크라테스는 깊은 사색에 빠져 무아지경이 되었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말을 걸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이 주변과 격리된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리스토데모스는 그를 남겨두고 혼자서 아가톤의 집으로 향했다. 얼마 후 싱글싱글 웃으며 걸어오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보였다. 비로소 그 날 밤의 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서양철학은 그리스철학에서 비롯되었는데, 소크라테스는 이 그리스철학의 문을 연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글을 남기지 않았다. 우리가 소크라테스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젊은 제자 풀라톤의 덕이다. 그의 가르침에서 핵심은 ‘네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라’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너는 어리석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