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초빙교수

김 성 중

우리나라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를 꿈꾼다. 이러한 열망은 지자체들이 작성하는 ‘도시기본계획’에 잘 나타나 있다. 도시기본계획을 작성할 때 지자체들은 ‘인구’를 기준지표로 설계하며,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자기 지역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10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9년 350만 명인 부산시 인구를 2020년에는 410만 명이 될 것이라고 계획하는 등(2017년 현재 350만 명) 인구가 10만 명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시·도들은 모두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합치면 1,300만 명 정도가 되는데,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 여명이니 앞으로 몇 년 안에 인구의 26%정도가 늘어나야 할 형편이다.

익산시의 경우에도 2007년도에 작성된 도시기본계획에서 2020년 41만8,000명을 추정인구로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 모든 행정행위를 하고 있다. ‘미래의 계획을 희망차고 밝게 잡는다는 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의 시작은 현실에 맞지 않는 장밋빛 계획 때문이다. 기본계획에서 설정한 목표인구에 따라 환경·주택·공원·교통·녹지 등의 규모가 결정되며 장래 인구가 커질수록 개발사업의 인허가도 그만큼 쉬워진다. 지자체의 인구 부풀리기를 계속 인정해 준다면 앞으로도 낭비적인 개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알지만 애써 외면한 지자체와 도시계획 시스템의 잘못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우리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하여 첫째, 현실을 직시하고 축소를 인정해야 한다. 2016년 국토연구원의 보고에 의하면 익산시를 향후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축소도시’로 진단했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기술진보의 메가트랜드는 지방 중소도시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인구가 줄어들고 쇠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는 것이 계획을 세우는 첫걸음이며 실질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는 줄어드는 인구가 어떻게 함께 모여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며 ‘양적 발전’이 아닌 ‘질적 발전’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작지만 행복한 도시, 그래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들의 생존방식을 배워야 한다.

둘째, 토지의 압축적인 이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익산의 공간구조는 빠르게 변화하여 왔다. 인구가 더욱 듬성해지고 외곽개발로 주거지가 팽창하고 있으며, 원래의 도심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이러한 공간구조의 변화는 익산시민의 1인당 세출액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7년 축소도시 주민 1인을 위한 예산이 대도시의 3배가 넘고, 군 지역의 경우 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흩어진 인구와 산업을 모으지 않으면 극심한 예산 난을 겪게 될 것이다. 일본이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2014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통하여 도시 전반의 공간구조를 어떻게 압축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축소도시에 맞는 일자리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익산의 일자리 전략은 ‘고용효과’에 집중되어야 한다. 지역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이 지역사회에 되 뿌려지고 이게 다시 또 다른 고용효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을 고용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유치하거나 키워야 한다. 특히 마을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벌어들인 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 고스란히 남게 되며 지역주민의 고용효과도 높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을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 주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대기업 체인점의 동네상권 침해를 막기 위한 행정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 더불어 행복한 익산시민이 되길 원한다면 가장 먼저 현실을 직시하고, 도시를 좀 더 촘촘하게 바꾸면서 대도시와 차별화된 ‘지역만의 특색’을 우리의 생존전략으로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