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의 돼지를 잡은 약속.

어느 날 증자의 아내가 장을 보러 집을 나서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어린 아들이 어머니를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며 우는 것이었다. 증자의 아내는 아들을 달래며 말했다. “착한 우리 아들 엄마가 장에 갔다 돌아오면 돼지를 잡아 맛있게 볶아 줄게”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는 잡았던 치맛자락을 놓아주었다. 얼마 후 장을 보아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깜짝 놀랄 일이 눈앞에 보였다. 증자가 칼을 갈며 돼지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남편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까는 아이를 달래려고 그랬던 것입니다. 정말로 돼지를 잡겠다는 말이 아니었어요” 그러자 증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지요. 아직 어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게 마련이오. 그런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속이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를게 무엇이오? 오늘 내 자식에게 거짓말을 하면 다음에는 더욱더 올바르게 가르치기 힘들 것이오.”

증자의 말을 들은 아내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어쩔 수 없이 아내는 남편과 함께 돼지를 잡아 아이에게 푸짐한 저녁을 차려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어느 날 밤, 막 잠자리에 들었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 머리맡에 있던 죽간을 들고 냅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깜짝 놀란 증자가 이유를 묻자 아이가 조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은 얼마 전에 친구에게 죽간을 빌렸습니다. 오늘까지 돌려준다고 했는데 시간을 어기면 제가 얼마나 신의 없는 사람이 되겠어요?”

그 당시 돼지는 한 가정의 제일 큰 재산이었다. 마치 우리의 6-70년대 소 한 마리보다 더 귀한 것이었다.

증자는 공자의 제자 중 한 사람으로 공자의 손자 자사에게 공자의 학문을 전하고 또 맹자에게 이어졌기에 유가의 성인으로 추앙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