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가계부채 적신호, 당국 타깃 된 은행 가산금리 (서울경제TV)’, ‘가계부채 1500조 육박, 고위험가구 확대 우려 (이코노믹리뷰)’, ‘가계부채 1500조, 대출금리 2%p 오르면 46만 가구 벼랑끝으로 (조선일보)’, ‘저축은행 신용대출 10조원, 취약층 가계부채에 울린 경고음 (동아일보)’.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18년 가계부채 위험요인 점검 및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각종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추세는 안정적으로 예상되나 대출금리 상승 등의 잠재적 위험성이 여전히 대두되고 있으며,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제2금융권 신용대출이 개인사업자와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가계부채 대책 등에 인한 풍선효과도 있지만, 영세한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에게는 대출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2금융권 밖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대출 이용자의 50.2%가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이고 58.4%가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임을 볼 때, 서민과 취약계층을 금융의 덫에 가두게 될 위험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저금리 시대가 끝나감에 따라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향후 대응방안 모색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출과 같은 금융은 취약계층에게 매우 중요한 부문이다. 특히 금융과 시장에 중심을 둔 자본주의 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경제주체로서의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신용에 달려 있다. 즉, 낮은 신용을 가진 사람들은 경제활동에 매우 어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중산층 이상의 고객들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그렇지만, 금융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부유한 사람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존재한다.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대출을 받아 생계를 지속하려 하거나 자신 또는 자녀의 고등교육을 더 필요로 하여 그러한 서비스를 원한다. 이들의 대출금액은 큰 금액이 아닌 소액대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환경은 이들에게 너그러운 상황이 아니다. 상환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혹은 부실채권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금융권들은 이들을 철저히 무시한다. 특히 제1금융권은 투기나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권으로 내몰리게 된다.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누리게 함으로써 부의 축적 속도를 높여주는 반면,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기 어려운 최소생계자에게는 높은 이자율을 부담시킴으로써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갇히게 만드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여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곳이 사회개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빈곤 등의 사회적 문제를 포용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취약계층 대출의 부실채권 가능성을 낮추는 혁신적인 모델을 통해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 설립이후 대출총액이 243억 9,000만 달러에 달하며, 현재 총 대출잔액이 약 17억 달러, 총 예금잔액이 약 25억 달러로 예금잔액이 대출잔액보다 높아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지니고 있다

그라민뱅크는 1976년 그라민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되었으며, 1983년 독립적인 금융기관으로 그 모습을 갖추게 된다. 토지와 자산이 없는 농어촌 빈곤층, 특히 여성을 집중으로 지원하며, ‘신뢰’에 기반한 무담보 대출을 원칙으로 한다. 대출은 ‘소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빈곤층의 소규모 사업, 소득창출 활동, 또는 주거를 위해 제공된다. 대출회수율은 99.23%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대출을 받은 빈곤층 사람들의 상환률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을 지원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지원한다. 또한 대출자들을 동질한 소규모 공동체로 조직화하여 연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2017년도에는 약 890만 명에게 대출을 제공하였고 주거대출로 주택 약 72만호가 건설되었으며, 11만 명 이상에게 극빈자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약 1만 9,000여 명이 극빈상태로부터 탈출하였다.

그라민뱅크는 ‘빈곤은 극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기본으로 한다. 절대빈곤이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회원의 약 68%가 절대빈곤으로부터 탈출하였는데, 이는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의 비즈니스 방식이 아닌 혁신적인 금융 창출을 통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 빈민 문제뿐만 아니라 재난관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이클론과 같은 자연재해 시 피난처를 제공하고 구호물품을 지급한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빈민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히며, 이는 빈민으로부터의 탈출에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의 한 사회운동가에 의해 고안된 이 혁신적인 모델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가에서 중국, 인도 등의 신흥국, 그리고 미얀마, 인도네시아, 잠비아, 과테말라 등에까지 이른다. 우리나라에도 ‘신나는 조합’이 대표적이며, 사회적 금융 분야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금융은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우리지역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에서 형성된 사회적 금융은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이용되며, 지역 중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빈곤층에게 희망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은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사회와 인간보다 금융이 우선될 수 없다. 포용성장은 인간이 우선되고 사회라는 존재의 영속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건 하의 성장을 이야기 한다. 취약계층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사람을 우선가치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성장, 이러한 성장이 포용성장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에 참가한 사회적경제 국제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그라민뱅크 국제사업본부장인 사이드 모하매드 알람기르의 한마디가 아직도 뚜렷이 떠오른다.

“우리는 절대빈곤이 박물관에 들어가는 날을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