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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도시의 성장엔진이다

익산성장더포럼 대표

김 성 중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의 지식과 경험 속에는 이미 해답이 있다. 다만 실천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산학협력’이다. 늘 제시되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산학협력’에 대하여 알아보자.

인구 20만 명의 덴마크 오덴세 시는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 복지 지출에 발목 잡힌 경제를 되살리는 해결책으로 ‘로봇산업’을 선정하고, 25년 만에 세계적인 로봇도시로 성장했다. 7·80년대 이 도시는 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렸으며 세계 1위 선박회사인 머스크 그룹이 지역 경제를 선도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신흥 선박 강국에 밀려 조선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90년대 이후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도시는 생기를 잃어갔다. ‘어떻게 하면 오덴세 시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시정부, 기업, 대학은 머리를 싸맸다. 26년 전 머스크는 로봇을 다음 먹거리로 정했고 정부, 시정부와 합자하여 오덴세 지역 대학인 덴마크남부대(SDU)에 1,2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투자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로봇 산업 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대학이 핵심 역할을 한 것이다.

스웨덴 룬드 시의 경우에도 지역 내 대학인 룬드대가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며 생명과학 연구가 활발한 ‘과학도시’로 변모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카타르는 대학 경쟁력 강화와 해외 명문대 유치를 통해 국제적인 교육 허브로 도약하는 것을 국가 비전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중국 시안과 일본 기타큐슈에서도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 못지않게 대학이 지역의 성장엔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으로 살아나는 세계 각 지역의 모습은 한국의 지방대와 지방 도시, 특히 우리 익산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 익산에도 2개의 대학이 있고 이들 대학은 생존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사회와는 무관하게 각자도생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고 또한 여기에 해답이 있다.

먼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익산시와 기업, 대학은 머리를 싸매고 격론을 벌여야 한다. 대학은 정부 전략산업에 연관된 기업에 집중해 지역 성장을 이끌고, 익산시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연구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거리낌 없이 토론하고 대화하는 문화 속에 지방경제의 체질이 개선되어 나갈 수 있다. 물샐 틈 없이 촘촘한 산학연 시스템을 통하여 자금, 인력, 아이디어를 묶어주고 실행하는 다양한 기구들이 탄생되어야 한다.

둘째, 익산시와 기업, 대학은 각각 열린 마음으로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 대학은 기업과 일하면 연구비가 생기고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으며 학교 재정도 자연히 안정되는 등 산학협력은 모두에게 이익이다. 대학이 발 빠르게 최근 연구동향을 따라잡지 않으면 기업의 지식센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기업의 대학 투자 → 대학 발전 → 기업성장’의 선순환 모델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덴마크 대학교수의 경우 논문실적뿐만 아니라 연구·특허·투자유치 모두가 평가 대상이 되다보니 기업과의 협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엄격한 교수 임용체계는 산학협력의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반 위에 R&D가 가능한 클러스터 조성이 필수적이다. 각종 중장비 기기를 갖춘 작업 공간, 비즈니스 컨설팅센터, 협업 공간 등이 갖추어진 클러스터를 말한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첫 개발품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시제품을 만들고 자금을 확보하고 유통망을 마련해야 하기때문이다. 연구 공간과 컨설팅 인력이 상주하는 이러한 기구를 통하여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

대학이 도시의 성장엔진이 되는 산학협력이 우리 익산에서도 불붙듯 일어나는 날, 그런 날들이 하루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을 더디게 할 뿐이다. 실천의 동력은 역시 우리 익산시민들의 ‘애향심’과 ‘관심’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