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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오지환·조현우의 금메달

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는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을, 축구는 2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이후 국민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같은 금메달이었지만 국민이 생각하는 그 메달의 가치에 대한 온도차는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손흥민과 오지환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유명 아이돌그룹의 병역 문제까지 거론되며, 급기야 1973년 병역특례 시행 이후 45년간 이어져 오던 예술ㆍ체육요원 병역특례를 폐지하자는 거센 여론이 일어나게 됐다. 사실 국위선양이라는 이유로 연금도 주고 또한 남자 선수들에게는 이미 어린 나이에 굉장한 부자인데, 병역면제 혜택까지 주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누비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더 이상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손흥민은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고,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을 위해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9골을 넣은 황의조의 뒤에서 묵묵히 어시스트를 적립, 1골 5도움으로 도움왕에 올랐다. 대다수 팬들은 2년의 공백기를 갖지 않고 해외 빅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된 손흥민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손흥민이 최선을 다해 뛰었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금메달을 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오지환은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이후에도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오지환과 박해민의 대표팀 선발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랄 수 있는 ‘과정이 정의로운’과 완벽히 역행하는 사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겨울 경찰청야구단과 상무에 입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야구선수로 활동하는 군 복무를 포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개인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병역 의무를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더군다나 오지환은 백업 요원이었기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에 숟가락만 얹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컸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이는 선수 개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일일 뿐 병역 이행의 공정성이라는 공적 문제에 대한 합당한 접근법이 되기는 어렵다.

병역법은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ㆍ체육 분야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에게 입대를 면제해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가무형문화재 5년 이상 교육받은 자 등에다가 국제대회가 없는 국악의 특성을 고려하여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까지 포함돼 있다. 법에는 목적어가 ‘국위선양을 위한’이라고 돼 있지만 일부 현실 속에는 ‘병역면제를 받기 위한’으로 목적이 변질됐다는 의혹이 너무 많았다. 이러한 병역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는 우리 사회의 오랜 화두다. 본인, 자녀의 병역 이행 여부는 공직자 인사청문회의 1순위 검증사항이며 유명 인사들의 병역 불법 면제 의혹이 나오면 뉴스 랭킹 상단을 점한다. 이처럼 병역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논란은 역설적으로 그간 우리 사회가 제도화된 불공정에 길들여져 있었음을 방증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973년 병역특례법 제정 당시의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세계 하위권, 정치적으로는 유신 혼란기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체능을 통해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던 시기다. 또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현역 입대를 50%도 하지 않던 시기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관심을 정치 외적인 곳으로 유도할 필요가 없는 민주국가가 됐다. 군대는 인구 절벽 시대가 되어 과거와 달리 90% 이상이 현역병 입대를 해야 겨우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인구가 감소 중이다. 이제는 정말 손볼 시기가 된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개인의 재능과 노력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 찬란한 결과들이 수많은 지도자들의 헌신, 공공교육제도의 뒷받침, 스포츠과학 지식의 발전, 우수한 국가 훈련시설, 이를 가능하게 한 국민들의 세금, 나아가 하늘이 준 선물의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독점하며 지나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다. 더욱이 그것을 빌미로 공동체의 의무마저 면제받고자 한다면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의무는 개인의 경제적 기여와 관계없이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마땅히 져야 할 ‘의로운’ 책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그들에게 금메달로 병역의무를 ‘면탈’하고자 하는 욕망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부탁하고 싶다.

이런 와중에도 주목할 만한 금메달의 주인공이 있다. 현역으로 입대하기 위해 무릎 대수술 후 신체검사를 다시 받지 않기로 했다는 골키퍼 조현우 선수이다. 조현우는 군면제판정을 받을 정도로 무릎 대수술을 받았지만 신체검사를 다시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신체검사를 받으면 무릎 수술로 4급 판정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재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4급판정은 군면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조현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참피온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다수는 아니지만 결코 적지도 않은 수의 크고 작은 조현우들 덕분에 우리 사회는 진보할 뿐 아니라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일 예술·체육인들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TF)을 구성했다. TF는 예술계와 체육계 의견을 수렴해 병무청, 국회 등 관계기관과의 논의에 참여하게 된다. TF 관계자는 "주무기관인 국방부 병무청이 주도하는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도록 힘쓸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 문제가 십수년간에 걸친 문제였음에도 정부가 여태까지 방기, 방치했다고 봐도 무방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결국 병역특례제도 개편은 대체복무제의 다양화라는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다 이미 우리 병역은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산업기능 요원, 예술 요원 등 다양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길 기도하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