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오는 2018년 10월 12일(금)~18일(목)까지 치러지는 제99회 전국체육대회가 목전앞에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익산을 방문하고 머물다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익산에 온 이들이 머물며 익산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꺼리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건 ‘돈’ 이다. 우리 익산에는 지금으로 치면 삼성 못지않은 재벌가 3집이 이웃으로 살던 동네가 있다. 훌륭한 집도 집이지만 이들이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를 추적해보면 조금 더 재미난 탐방이 될 것이다.

필자는 한국건축사를 전공하며 10년 훌쩍 넘기 전부터 함라에 대해 공부해왔다. 설화는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정확한 정보는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오시는 분들에게 의미 있는 자료를 안내하고자 한다. 오늘은 이들의 부(富)의 규모를 간략하게 알아보며 익산에 다녀가시는 모든 분들이 함라를 거쳐 좋은 ‘돈’의 기운을 받아 가시면 좋겠다.

함라마을의 대표적인 부농 중 가장 먼저 마을에 정착한 가옥은 조씨가이다. 이들은 가장 먼저 함라에 정착하였고 씨족마을을 이루었다. 그 뒤 김안균의 6대 조부인 김원공, 그리고 이배원의 아버지인 이석순이 차례로 입향하여 정착하였다.

조해영의 4대 조부인 조한기는 1838년(헌종 3년)에 함열에서 출생하였다. 1900년(광무 4년)에는 사천군수에 임명되었고 그 후에는 정읍군수를 역임하였다. 이 때 조해영가는 집안의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그 후 양자 조용규가 농장을 운영하여 부의 규모를 확장하였다. 조용규는 1923년에 대규모의 농장을 설립하였다. 농장사무실은 현재의 가옥 내에 두었으며 농장사랑이 그것이었다. 조용규는 익산, 옥구 등지에 많은 토지를 소유하였고, 소작인이 540여 명, 사음이 12명 이었다. 조용규는 농장의 운영과 함께 기업 활동도 병행하였다. 대륙호모공업(주)에 주식 500주를 소유하며 대주주로 기업운영에 관여하였다. 그의 장자 조해영은 호남산업(주)과 조선수출공예(주)에 이사와 대주주로 활동하였다. 이들은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활동하였으며, 제조업, 상업, 정미업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하여 빠르게 부를 확장하였다.

김씨가의 김원공은 가난한 선비였으나 길에 쓰러진 스님을 치료해주고 그 보답으로 스님이 지정해준 자리에 묘를 쓴 뒤 기울었던 가세가 회복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후 김안균의 4대 조부인 김기형이 철종 5년(1854)에 무과에 급제하였으며, 운봉현감을 지냈다. 그는 효자로 고종 때 정려를 하사받았으며, 그 정려각은 김씨집 행랑채 끝에 이어진 낮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들 석종은 고종 10년(1873) 식년사마시(式年司馬試)에 진사가 되었고 그 후 통정대부(通政大夫)가 되었다. 김안균가는 초기 김기형이 벼슬로써 가문의 기반을 잡았으며 그 후 김병순이 농장과 기업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하여 가문의 부를 더욱 확장시켰다. 김병순은 1926년에 함열면 와리에 함화농장을 설립하였다. 함화농장은 익산, 김제, 옥구 등에 많은 소작지를 두었고 1,000여명의 소작인과 3명의 직원, 19명의 사음을 둔 대규모의 농장이었다. 또한 그는 전북축산(주)의 감사와 대주주를 역임하였다. 1931년에는 부동산과 동산을 합쳐서 30만원, 토지는 8,000두락과 경성 방적회사와 동아일보 주식을 각각 50주와 8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의 장자 김해균은 농장의 운영과 함께 황등산업(주)의 이사와 1940년에 설립된 대평건물(주)의 감사를 지냈다. 이 때 김씨가는 민두식, 박흥식 등과 함께 재계·실업계의 경성재산가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부를 확대시켰다.

이씨가는 세 가옥 중 가장 늦게 함라에 정착하였으나, 가장 단기간 내에 부를 축적하였다. 이석순은 본래 임피에 거주하였으나 생활이 곤란하여 처가인 웅포면 제석부락으로 가기 위해 함라에 하루 거처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하루 거처하던 주막 주모의 권유로 누룩을 판매하며 현재 가옥 옆에 초가를 지어 함라에 정착하였다. 이석순은 완주군 고산누룩을 가져다 함라, 임피 등 인근 지역에 판매를 시작하였다. 그 후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자 그의 동생과 함께 배 2척을 장만하여 웅포와 군산의 나루를 통해 본격적인 상업을 하였다. 이들은 군산에서 인천지방이 흉년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 곳에서 높은 가격에 보리를 판매하여 많은 이득을 얻은 후 웅포로 돌아왔다.

이배원은 아버지와 숙부의 재산을 상속받은 후 1925년 함열면 와리에 삼성농장을 설립하였다. 또한 김병순과 함께 전북축산과 황등산업의 대주주와 이사를 겸임하였으며 농업 외에도 축산어업과 농림업에도 관여하였다.

이들은 농업과 상업을 적절하게 활용하였다.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면서 영향력을 넓혀나갔다. 이들은 함라 이외에도 서울에 큰 집을 마련하여 자식들의 교육과 여러 기업 활동의 본거지를 따로 두었다. 이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적극 활용하여 부를 확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