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한겨울 매서운 서리를 뚫고 봄철 꽃이 피고 어두운 밤이 지난 뒤에 새벽이 오듯이, 성경은 우리의 모든 것이 합력하여 결국 선을 이룬다고 약속합니다. 이는 마치 시계가 작동하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의 톱니바퀴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전체적으로 시계를 조화롭게 작동시켜 시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스웨덴의 페트로라는 어부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어촌의 여러 사람이 배를 몰고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페트로도 아들과 함께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고기잡이를 나간 배들이 돌아와야 할 시간에 돌아오지를 못했습니다. 풍랑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바닷가에 나가서 배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파도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때 설상가상으로 어느 집에서 어린아이가 집을 보다가 촛불을 넘어뜨려 불이 났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합심하여 이 불을 끄느라고 남편, 아버지를 기다리는 생각은 다 잊어버리고 물동이를 동원해 정신없이 몇 시간을 싸우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는 중에 배가 돌아왔습니다. 무사히 풍랑을 이기며 돌아온 것입니다.

아침이 밝아 왔고, 어젯밤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불 끄는데 누가 가장 애를 썼고, 풍랑은 또 어떠했느냐, 얼마나 서로가 힘을 들였느냐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페트로가 말하기를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웬 불인지는 몰랐으며 어쨌든 불이 보여서 그 불을 바라보고 결국 집에까지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 집에 불이 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배는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집이 불타는 일이 있어야만 어부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음을 우리는 미쳐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잠시 이해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성경이 말하는 ‘선’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뜻입니다. 결국 모든 것을 통하여 성장하고 성숙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기까지는 일정한 과정과 절차가 필요합니다. 심음에서 거둠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조급함은 하나님의 선을 중도에서 깨뜨릴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 한해도 우리의 삶이 이렇고 저런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화가가 밝은색과 어두운색을 혼합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그려 내듯이, 부당한 현실의 고난과 부조리함도 음악가가 바이올린을 연주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 믿고 인내하며 더욱 열심을 내야 하겠습니다.

삶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만을 보면 악하고 부조리한 것도 많고, 모순된 것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겉으로 되는 일이고, 깊은 곳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바닷물이 썰물 때를 보면 육지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바닷물이 찰랑찰랑 파도를 이루며 육지로 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깊은 물은 반대편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 파도가 이는 것처럼 보여도, 깊은 곳에서는 변함없는 선한 역사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태풍과 해일은 항구와 배와 어촌에 막대한 손해를 입힙니다. 아무도 태풍을 원하지 않습니다. 없으면 좋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도 선한 섭리가 있습니다. 만일 태풍이 없다면 바다는 잔잔하겠지만 그 바다는 죽음의 바다가 된다고 합니다. 수분이 증발한 해수면의 염도는 높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해조류들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센 태풍이 바닷물을 뒤집는 역할을 합니다. 그로 인해 해조류들이 자라게 되고, 이러한 것들이 어촌의 수입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또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섭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합쳐져서 선한 역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실패도 필요하고, 억울한 일도 필요하고, 질병으로 앓아눕는 일도 필요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이 다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들이 다 합쳐져서 반드시 때가 되면 선한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희망찬 새해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부분에서 어렵고 힘든 해가 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전망도 많습니다. 혼돈과 혼란한 시대와 시간 속에서 질서와 조화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우리의 삶에, 민족과 나라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장 2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