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하는 능력 중 하나가 의사소통 능력이다. 상호 간 소통을 위하여 사용되는 매체는 구어(口語)와 문어(文語)는 물론이고 몸짓, 자세, 표정, 억양뿐만 아니라 노래나 춤 등과 같이 비언어적인 요소들도 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도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 수많은 보조도구와 치료법 등 일반적인 소통을 하는 데는 거의 문제가 없으며, 오늘날에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와 같은 포털사이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서비스 등으로도 인터넷을 이용, 불특정 다수와의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우리 부부가 매주 참여하는 ‘책 보세’라는 독서 모임이 하나 있다. 근래에는 자주 빠지기는 하지만 매주 한 권의 책을 정해서 읽고, 책 내용에 대하여 토론하는 나름의 역사가 깊은 모임이다. 모임에서는 책 내용에 대하여 토론이 기본이긴 하지만 책 내용과 별로 상관이 없는 주제의 이야기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인가? 모임에서 책 내용에 대한 토론을 마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회원 중 한 분의 질문이었다. 예술에 대한 이 질문은 흔히 듣는 것이지만 예술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는 각자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말했으니- 예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값어치가 높아지지만 인생은 그와 반대인 것 같다는 푸념이다. 반대로 예술을 단지 값어치 정도로만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보고 만지고 들으면서 느끼는 감동적인 순간들, 그것은 값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값어치가 높아지는 인생도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아우라(aura)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복제된 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예술작품 원본의 신성한 분위기가 아우라이고, 이것이 예술작품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예술작품이 풍기는 아우라는 예술작품의 수명을 길게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대다수가 동의한 것은 위대한 예술작품에는 작가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가짜가 아닌 진짜, 거짓이 아닌 진심을 담은 것이 ‘진정성(authenticity)’이고, 이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에게 혹은 비평가들에게 훌륭한 예술작품의 요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진정성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진정성’이란 말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정성 없는 사회, 진정한 나, 진정성 있는 음악, 진정한 삶 등의 표현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그만큼 진정한 나를 찾지 못하고, 진정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가짜인 것, 포장된 것, 인공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 영양가라고는 별로 없는 패스트푸드, 짜여진 순서대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여행상품, 영혼이 없는 복제품 등등 우리는 거짓으로 포장된 이미지에 의해 진실이 뒤덮여버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허구와 위선으로 뒤덮인 세상에 지쳐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진정성’에 대한 욕구도 커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위대한 예술작품을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동은 진정성을 찾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위대한 예술작품은 진정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 명제를 거꾸로 뒤집으면 진정성을 담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것 모두가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애를 할 때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식을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이니- 진정성을 가지고 연애를 하고 자식을 키워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맡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 일하는 사람이 진심을 다해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법, 모든 일이 진정성을 담은 예술과 같은 것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은 계속된다. 상대를 소외시키지 않고 우리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효과적으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