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치란治亂은 하늘에 매인 것인가. 대단하기를 해와 달과 별들의 운행은 우왕 때나 걸왕 때나 같았건마는 우왕의 정치는 훌륭하게 다스려졌고, 걸왕의 정치는 어지러웠다.

그러면 하늘에 달린 것이 아니다. 시절에 달렸는가. 봄·여름에 초목이 성해서 잘 자라고, 가을·겨울에 거둬 들며 축적한 것은 우왕 때나 걸왕 때나 같았다. 그런데 우왕의 정치는 잘 다스려졌고, 걸왕의 정치는 어지러웠다. 그러면 때에 달린 것이 아니다.

지리에 달렸는가. 토지를 얻으면 살고 토지를 잃으면 죽는 것은 우왕 때와 걸왕 때가 같았다.

그러나 우왕의 정치는 다스려졌고 걸왕의 정치는 어지러웠다. 그러므로 하늘이나 땅이나 때의 탓이 아니다.

하늘은 사람이 추워한다고 겨울을 거두어 가는 법이 없고, 땅은 사람이 다니기 멀어한다고 넓이를 줄이는 법이 없고, 군자는 소인들이 떠들어 댄다고 행실을 고치는 법이 없다.

하늘엔 일정한 법칙이 있고, 땅에는 일정한 법수가 있고, 군자에게는 일정한 법도가 있다. 군자는 일정한 도리를 말하고, 소인은 그 공리功利만을 계산한다.

시詩에 말하기를 「지킬 예의만 지키면 어찌 남의 말을 두려워하랴」한 말이 이것이다.

즉 하늘이나 때나 땅이나 다 자연현상인 것이니, 모든 것이 사람에 달렸다는 말이다.

『荀子』「天論」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