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복잡하고 다양한 오늘날은 가치개념이 흔들리고 혼돈 속에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가치의 원형은 변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든 단체이든 간에 가치의 기준이나 척도는 마음속으로 확신을 갖기 마련이다.

개인에 있어서의 가치관은 국가의 헌법처럼 모든 생활 반경을 지켜주는 대들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니, 우리는 각자의 마음이 있고, 나름의 가치관이 있다. 하지만 나의 마음, 나의 가치관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 하물며 남의 마음이나 가치관을 잘 안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너무 다행한 일이며 타인의 마음을 내 손바닥 보듯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그것은 신의 위대한 배려와 섭리이며 자연의 오묘한 조화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상대방의 마음이나 가치관을 볼 수도 만져볼 수도, 냄새 맡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경제생활의 안정 때문인지 높은 교육수준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취미활동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풀고 갈등과 오해, 질투와 미움들을 해소시키기도 한다. 또한 일상에서 상대의 취미를 묻고, 관심을 가지며, 같은 취미를 이용, 모임을 만들고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취미란 마음의 밭을 가는 일이다. 또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다. 아무것도 안하는 휴식과는 다르다고 정의한다. 취미가 일거리가 되면 즐거움은 날아간다. 돈 받고 하라면 시들해지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기도 한다.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어내는 서식에는 반드시 취미를 기재하는 공간이 있다. 학교나 회사, 단체에 제출하는 것이든, 또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면, 상대의 취미, 특기나 좋아하는 음식, 소일거리까지 알고 싶어 하고 각자의 취미, 특기에 대하여 대화의 장을 만들기도 한다.

외국인. 특히 선진국 사람들은 취미나 가치관에 대하여 어느 정도 대화하고 과장을 하거나 허풍을 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도 이제는 수준 높은 가치관과 다양한 취미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 중 하나가 낚시이야기이니, 수많은 남성들이 낚시이야기만 나오면 월尺붕어 몇 수 씩 안 해본 사람이 없고, 잡아 올리는 과정의 짜릿한 손맛을 손짓발짓 다하면서 기세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라미 두어 마리 잡고서도 尺짜리를 잡았느니, 尺에 가까운 붕어를 수 십 수 했다느니 하면서, 그날의 기상조건, 자리잡기, 다른 사람과 수확의 비교 등, 과대포장이 분명한데도 본 사람이 없으니, 허풍을 떨어도 말릴 수 없고, 어찌 보면 거짓말이 꼬리를 무는 듯하다.

수년전 한여름에 후배 녀석은 바다낚시에 문외한인 나를 전남 진도에도 뱃길로 다섯 시간이나 소요되는 섬 ‘관매도’를 인도했다. 크릴새우를 낚싯밥으로 서너 박스나 준비하면서 생선회를 배터지게 먹여 주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많은 경비만 버렸을 뿐 바다 고기의 구경도 못했다. 물론 모든 경비는 본인이 썼다. 때문에 그가 밉지도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하기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기만의 자랑스런 취미이고 건전한 가치관이라 생각하니 거짓말을 해도, 허풍을 떨어도, 밉지는 않고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였다.

취미에는 악취미도 많아서 남에게 불쾌감과 더불어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과음이나 지나친 흡연의 취미는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커다란 피해가 되며,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가정불화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도박이나 투기와 같은 취미도 마찬가지다.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국가에도 커다란 상처가 되는 것이다.

점차 다원화가 되고 복잡한 사회에 매일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취미활동은 실로 중요하다고 하겠다. 요즈음은 은퇴하고도 얼추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하니... 바다 같은 세월을 헤쳐가려면 취미가 필요하다. 남자는 일 때문에, 여자는 살림하느라 취미 가질 새가 어디 있느냐고, 부부가 뒤늦게 뭔가 함께 해보려 해도 안하던 짓이라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취미의 종류는 수만 가지가 되겠으나 나에게 가장 적절하고 남이 보아도 밉지 않는 취미는 무엇일까? 어쭙잖은 실력에 도박이나 증권, 정치권 같은 취미는 아예 젖혀두고, 자신의 마음과 몸에 적합한 취미와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