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막힌 강물이 터지면 많은 사람이 다칩니다. 백성도 그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강을 다스리는 자는 물길을 터서 물이 잘 흐르게 해야 합니다. 따라서 천자가 정치를 하려면, 먼저 왕이 공경사대부에게는 시를, 소경에게는 음악을, 사관에게는 책을 올리게 하고, 사(師)는 왕을 견제하게 하고 눈을 감은 장님은 읊고 눈 뜬 장님은 노래하게 하고, 백공(百工)은 왕을 간하게 하고, 서인은 관리를 통해 왕에게 의견을 올리게 하고, 근신에게는 법이 정한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조사하게 하고, 왕의 친척은 왕의 과오를 보충하면서 정치를 감시하고, 악관(樂官)과 사관의 대표는 왕을 교도하게 하고 사부는 거기에 기초해 왕을 이끌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왕께서 그 가운데서 취사선택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서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백성에게 입이 달려 있는 것에 대지에 산천이 있는 것과 같고, 재화도 거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또한 들판이나 습지가 펼쳐진 대지 가운데 옥토가 있듯, 먹고 입는 것도 거기서 생산됩니다.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으면, 세상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모두 언론 속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은 펼치고, 나쁜 점은 고치는 것이 바로 재화와 의식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원래 백성은 신중히 생각한 뒤에 그것을 입에 담는 법이니, 마음껏 발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어떻게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만일 그 입을 막는다면 파국이 올 것입니다.

윗글은 춘추시대 좌구명이 지은 국어(國語)에 나오는 글로 주나라의 여왕과 소공의 대화 중 소공이 여왕에게 한 말이다.

주나라의 여왕은 포악해서 사람들에게 욕을 많이 얻어먹었다. 이에 화가 난 여왕이 위(衛)나라에서 무당을 데리고와 욕하는 사람을 감시·고발하게 하고, 고발당한 사람을 죽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고 눈짓으로만 신호를 주고 받았다. 왕이 기뻐하며 소공에게 “이제 내 욕을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라고 하자 소공이 왕에게 한말이 윗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