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고(故) 성완종 메모사건으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권이 난리 난장판이다. 원래 정치권이 이런지도 하도 오래여서 이제는 담담하기만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정윤회 국정개입 농단사건으로 연일 뉴스가 떠들썩하더니 벌써 새로운 씬(Scene)이 시작되는 가 보다. MBC의 모드라마가 막장드라마로 방송심의위의 경고를 받았다더니 이 놈의 정치가 2-3달짜리 새로운 막장드라마를 연속으로 쓰는 것 같다.

이완구 전 총리가 갑자기 부정부패척결을 내세우며 나올 때부터 뚱딴지같은 일이냐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자기가 휘두른 칼에 자기 발목을 자르고 말았다. 물론, 당연히 부정부패 말소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듯이 뿌리 깊은 부정부패가 결국 그 귀한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 아닌가? 그래 당연히 없애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생각하듯 이번의 부정부패척결은 매우 정치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성완종이 자살하면서 메모 한 장으로 엄청난 복수를 감행했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했을 수는 있다. 자기는 그토록 손비벼 가면서 정치권에 돈대고 발바닥이 닳을 정도로 매일 정치인들 찾아 다녔는데, 이제 와서 아무도 자기를 돌봐주지 않으니 의리 없는 배신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 의리는 부정부패의 의리이며 정치권의 썩은 냄새이다. 아마도 메모지에 오른 친박(親朴)도 반대로 억울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성완종의 로비를 거부한 사람들인데 하면서……. 그러나 이 또한 썩은 집단의 억울함일 뿐이다.

이제는 여당이 이완구라는 껄끄러운 방해물(?)을 치우고 반대로 역공을 취하는 형국이다. 노무현 정권때 성완종이 두 번씩이나 특별사면을 받았다고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사실, 여당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꼬리를 자르고 나면 바로 반격에 나설 줄 알았다. 내 생각에 이 반격도 야당에 상당한 타격을 주리라 본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비리조사 확대를 말하지 않는가?

이런 사건이 터지면 여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사건은 묘하게도 야당에게도 그 초점이 돌아가 있다. 현재까지의 4.29재보선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성완종 메모사건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작은 재보선이기에 영향이 약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번 사건에 대한 인터넷 클릭수가 세월호 참사때 보다 많다는 어느 종편의 방송을 참작해 보면 국민들의 불신이 양당 모두에게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 모두에서 비리의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이번을 계기로 정치권이 새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램이나 비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이미 이번 문제는 정치화되어 버렸다. 그 본질은 뒤덮이고 점점 정치화되고 있다. 정치권안에서의 권력싸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을 보는 것 같다. 백성과는 아무 관계도 없이 자기들 끼리 권력을 잡기 위한 당쟁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고 한 숨만 나온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이 오직 중앙 정치권만의 일일까? 우리가 사는 익산은 다를까? 익산의 정치권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직접적으로 보여지지는 않지만 들리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이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여전히 자기들만의 리그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제가 있어 해결되고 풀어지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과연 문제가 해결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인지 의문이 든다.

시민은 소외되고 자기들만의 권력싸움이 한참이다. 이미 여러 번 지면을 통해 밝혔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실타래가 풀려가다 보니 결국 시민은 소외되고 그 자리에 정치적 소용돌이만 일렁이고 있다. 요즘처럼 시민단체로써 무력감을 느껴 본적이 없다. 시민분들께 죄송하다. 이럴 때 일수록 시민단체라도 살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고 부끄럽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