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를 전후해서 그 이후의 사람들은 대부분 굶주림과 물자부족, 추위와 질병, 핍박과 설움 등, 최악의 상태에서 청소년기를 겪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대하던 8·15 해방을 맞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6·25 전란이 일어나고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 인명은 물론 국토는 폐허로 변해버렸다. 생활형편은 더욱 어려워지고 식량을 비롯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그 소중함은 물론, 부족함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결국 찌든 생활이 몸에 젖어 한틀의 곡식이나 한 장의 종이 조각이라도 아껴쓰며, 검소하고, 고통을 인내하는 생활 태도가 틀에 박혔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와 같은 습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의 여건이나 환경, 그리고 상황이 전혀 다르므로, 비교하기에는 격세지감이 있다고 하겠다. 풍부한 물질과 자유스런 사회환경에서 부족함이 없이 성장했다고나 할까? 그들에게서는 가정에서나 학교, 직장에서 세대차이라고나 할까? 모든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느끼곤 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젊은 친구 몇 명과 때가 되어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도시락 덮게 안쪽에 밥알이 많이도 붙어있어 젓가락으로 한알 한알을 모두 뜯어먹은 다음, 도시락 밥을 먹기 시작했고 식사시간이 꽤나 소요되었다. 젊은 친구 왈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희 아버님과 어쩌면 비슷하시군요”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릴 것을 궁색을 떠시며 한알 한알 뜯어 먹으시다니- 어찌보면 답답하고 바보스럽기까지 하다고도 했다.
집안에서 아이들이 화장지를 쓸 때면 몇 미터를 잡아 다녀 덩어리를 만들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을 끌라 치면, “껐다. 켰다 하면 전력이 더 많이 소모되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설명을 곁들여 야단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처럼, 풍요로운 마음으로 여유있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여유가 있다하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낭비한다는 것은 결코 올바른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60대를 전후한 후세대들은 공통적으로 개인보다는 가정이나 이웃사회, 국가 등 집단공동체를 중시하고 과정보다는 외형적인 성과를 중요시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풍요와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앞선 세대의 업적을 과소평가하고 부정하는 젊은이들에게 강한 불만과 반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요즘 10대들은 보면 과중한 학업과 가정·학교의 지나친 통제에 억눌리면서도 때로는 「튀는」 행동으로 어른들을 심란케 한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요즘 10대를 가리켜 공업화·도시화로 상징되는 「산업화시대」의 성과물을 향유했던 지금의 3·40대와 구별되는 또 다른 신세대라고 정의한다. 요즘 10대들은 국제화·세계화 된 세대다. 위성방송, 인터넷, 폰 등으로 물리적인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축지법」같은 놀라운 적응력이 한국의 10대들을 세계의 10대들과 하나로 묶고 있다. 철저한 개인주의, 첨단 전자기기에 대한 친숙성, 개방된 성의식, 개성과 여가 중시도 등이 특징이다. 10대와 기성세대의 차이는 물론이지만, 청년층 세대와도 차이가 나는 것은 각 세대가 경험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보릿고개의 궁핍이나 군부 통치하의 억압만을 상기시키는 기성세대의 조언과 격언들이 공허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10대들과 가치관의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갈등과 부정의 벽을 허물고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것은 여전히 어른들의 몫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참을성 있는 교육으로 21세기의 주인인 10대들의 잠재력과 꿈을 올바른 곳으로 인도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여기 저기에서 10대들을 탓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의식이 없다. 자기 이익만 챙긴다. 불의에 분노할 줄 모른다. 그들을 탓한다고 자기들을 탓하는 선배들의 뜻에 맞게 움직여줄 것인가? 아니다. 탓하는 어른들과 갈등만 커져갈 뿐이다. 자신들에게 직접 이익이 있거나 재미가 있어야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다. 공익을 위하여 사는 친구들에 대하여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10대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을 에워 싼 사회 현실에는 불만이 대부분이고, 그와 같은 현실에 책임을 져야 할 기성세대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첫째가 부모요, 그 다음이 학교의 선생님들이다. 싫든 좋든 매일 만나야 할 사람들이 가정의 부모요, 학교의 선생인 까닭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모든 기성세대와의 문제로 다가온다.
제 선배들의 몫은 10대들을 탓할게 아니라 돕는 것이 우선이여야 한다. 가치를 위하여 산다는 것이 모델이 되고 그들이 손 내밀 때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