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박경철 시장이 선거과정에서의 허위사실 공표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음에 따라서 당선 무효의 위기에 봉착했다. 언론 보도를 볼 때, 유죄로 판결된 허위사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희망제작소와 정책협약을 맺은 희망후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자신을 희망후보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명백한 증거 없이 TV 토론과정에서 전임 시장이 소각장 건설업체를 바꿨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이 제시한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법 감정으로 볼 때, 기소된 내용이 과연 명백한 허위사실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반적으로 다음 네 가지 기준이 적용된다고 한다. 첫째, 사실의 적시인가 아니면 단순한 의견표명인가. 둘째, 허위사실인가. 셋째,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었는가. 넷째, 상대방을 낙선시킬 목적이 있었는가. 이 기준들을 박 시장의 정치 역정(歷程)이란 맥락에서 살펴보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보인다. 먼저 희망후보 논란부터 살펴보자. 희망후보는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민간단체인 희망제작소와 협력해서 정책의 공유 및 개발을 하겠다고 협약한 경우 희망제작소가 부여한 임의적인 명칭이다. 즉 정책협약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희망후보 자체도 공식적 자격이나 경력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희망제작소의 후광효과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선언적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 보도된 기사들에 의하면,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에서 운영하는 장기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희망제작소의 행정착오로 자신을 희망후보로 인식하게 만든 홍보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신을 희망후보라고 공표했고, 이후 전임 시장 측의 이의제기로 ‘목민관 희망후보’라고 바꿔서 기자회견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 중 희망제작소의 존재와 희망후보의 개념을 아는 자가 얼마나 될 지를 생각해보면 일종의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이며, 박 시장의 득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는다. 즉 실체가 없는 호칭에 대한 논란이었을 뿐이다. 소각장 건설업체 변경 의혹에 대한 발언은 긴 시간의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익산에서 소각장 건설이 추진되던 2005년경에 박 시장은 시민단체 대표로서 수많은 시민들이 동참한 소각장 반대위원회를 이끌었다. 인구밀집지역 인근의 소각장 건설 반대 이유는 환경 위험과 부채 급증, 일방적인 행정절차 추진 등 이었다. 2006년 익산시장 선거에서 소각장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박 시장과 선거판에서 만난 후 2014년까지 세 번 대결했던 전임 시장은 처음에 소각장 건설을 지지했다. 하지만 선거 도중 TV 토론회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현 위치의 소각장 건설을 취소하고 오히려 영어마을을 조성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전임 시장은 당선된 후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각장 건설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입지선정 행정절차상 하자 논란이 일었고, 건설업체 선정과정에서 온갖 의혹과 추측이 난무했었다. 이후 2010년 익산시장 선거 TV 토론회에서도 박 시장은 전임 시장에게 소각장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의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TV 토론의 한계로 이 부분에 대한 석명은 없었고 논란으로 끝났다. 박 시장이 이처럼 장기간 소각장 문제에 집중한 이유는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본인이 익산 정치권 인사 중 거의 유일하게 소각장 반대대책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행정적 문제점을 인식했고, 전임 시장의 약속 파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소각장 문제를 수 년 동안 집중 취재한 언론이 제기했던 의혹과 구체적 방증에 기초한 합리적 추론에 대하여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소각장 건설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시민들에게 적시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음에 대한 공익적 차원의 질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적 관점에서 보면, 박 시장의 소각장 관련 발언 허위 여부는 전임 시장의 불법행위 여부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한 유권자들도 2014년 선거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당락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행정의 투명성과 소통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10년 가까이 계속된 박 시장의 소각장 관련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이를 단순히 상대후보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사실 공표라고만 보기 어렵다. 나는 박 시장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 다만 ‘단락이 아닌 맥락’을 보는 대법원 판단을 통하여 3년 후 유권자에 의한 심판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