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지난 29일 박경철 시장은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행을 다루는 것이어서 칼럼을 쓰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워낙 익산정가에는 중차대하고 중요한 문제이기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1심에서 500만원이라는 벌금이 선고되었을 때부터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번 항소심 결과는 참으로 부끄럽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박시장 스스로도 이미 상고할 의지를 표명한 만큼 대법원까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고등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것만으로도 많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박시장 개인적인 반성과 성찰은 너무도 당연하고(박시장 개인은 무죄라고 생각하기에 반성과 성찰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항소심에서의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반성과 성찰은 이루어지는 것이 익산시민에 대한 예의이다.) 우리 모두도 선거란 어떠해야 하며 지역정치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이런 글을 쓰기도 했는데, 시민단체 대표를 오래 맡다보니 선거에 나가는 정치인들과 만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하는 기본적인 말이 선거법에 저촉될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이다. 여전히 돈을 얼마를 써야 한다는 둥, 다 위반하면서 한다는 둥 여러 말이 있지만 선거에 이기고도 1~2년 사이에 불명예 박탈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는 개인적인 불행이기도 하지만 다시 재선거를 해야 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불행이며 그만큼 그 도시는 뒤떨어지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정말 그 당사자와 그 소속 정당은 시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특히, 이번 박시장의 문제는 시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기 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 “참고 기다렸어” 하는 입장도 꽤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그저 박시장을 음해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박시장의 시정 1년이 시민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재판의 진실과 관계없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정당함과 명분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간에 시장이 탈락되는 것은 호불호를 떠나서 익산시민들에게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일로 시정이 흔들려서 익산시민들을 더 불행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박시장도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결과에 관계없이 일이 이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의식은 있어야 하며 앞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순리적인 방법으로 시정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독불장군이 아닌 정말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시민과 함께 하려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박시장 스스로가 이야기 했듯이 “시민이 시장이다”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비아냥이나 질시, 어디 두고보자가 아닌 정말 같이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결과에 관계없이 당당하고 명분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원칙과 순리이다.

아직도 풀어야 할, 산적해 있는 현안들이 있다. 곧 인사도 있을 것으로 안다. 시민과 공감하면서 풀어야 하고 공무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헤쳐가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응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자로가 말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모시고 정치를 하면 선생님께서는 장차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이름(정체성, 본질)을 바로잡겠다.”

자로가 말했다. “그런 것도 있습니까? 선생님은 너무 우회적이십니다. 그것을 바로 잡아 무엇 하겠습니까?” (중략)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정당하지 못하고 말이 정당하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며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 형벌이 원칙을 잃으니 백성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子路曰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子路曰 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중략)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事不成 … 刑罰不中 則民無所措手足”(자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