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나는 가끔 팟캐스트를 듣곤 하는데, 언제부턴가 눈여겨볼만한 현상을 발견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방송이 매주 한 번씩 팟캐스트 순위 1위에 오르는 것이었다. 처음엔‘노유진’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로 생각했는데, 들어보니까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등이 공동 진행하는 방송이었다. 세 사람은 원내 5석을 점하고 있는 정의당의 당원인데, 1년 전에 당의 요청으로 처음에는 한시적으로 팟캐스트 운영을 맡았다고 한다.

방송을 시작한지 1년이 되는 지난 5월에 <노유진의 정치카페> 다운로드 횟수가 5천5백만 회에 달했다고 한다. 주당 1~2회 에피소드가 업로드 되는데, 회당 평균 100만 회 내외가 다운로드 됐다는 이야기다. 2014년도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의당 당원 수가 불과 1만 명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의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등록당원의 거의 100배에 이르는 사람들이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정기적으로 듣는 셈이다. 엄청난 외연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주요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 정당 당원들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이처럼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대표적 진보논객이면서 대중적 호불호가 명확한 공동 진행자들의 캐릭터 조합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현실 정치인 노회찬은 이해하기 쉬운 화법으로 참신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친근감 있게 전달한다. 국회의원과 복지부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인 유시민은 특유의 냉소적인 어투로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하면서도 경험에서 나온 대안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독설로 유명한 미학자(美學者) 진중권은 이상적 담론을 거침없이 토해낸다. 싸가지 없는 진보의 표본인 유시민과 진중권, 뚝배기 같은 노회찬. 개성 강한 세 명의 조화는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묘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둘째,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차별성이다. 그들은 우리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거대담론인‘사회 정의’를 일관성 있게 전달한다. 동시에 현재 문제가 되는 사안을 구체적으로 다룸으로써‘정의로 가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들의 메시지는 기존의 ‘급진 진보’ 또는 ‘종북 좌파’라고 굴절된 이미지를 깨뜨린다. 그들의 목적은 ‘이념’이 아니라 ‘정의를 통한 공리 추구’임을 설파한다. 그들이 진보의 입장에 서는 것은 상대적으로 진보가 보수보다 목적 달성에 효율적이기 때문임을 직간접적으로 표명한다. 그래서 진보적 이상에 매몰되지 않고 복잡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한 마디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강하되 싸가지 있고 유쾌하게 전달한다.

셋째, 팟캐스트라는 미디어의 특성과 방송 형식의 개방성이다. <노유진의 정치카페>에는 공동 진행자 세 명 외에도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은 물론이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까지 출연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출연해서 여러 분야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대화를 풀어낸다. 단순히 정의당의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과의 소통을 통해서 열린 정당의 면모를 표방하고 있다. 매체의 특성과 개방적 태도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정치담론을 넘어서 여러 계층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고품격 토크쇼로 만든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정의당의 틀 안에서 운영되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다름’을 인정하면서‘정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연대’를 강조한다. 더 큰 목적을 위해서 힘을 모으자고 말한다. 물론 정의당이 규모가 큰 정당과 다르게 계파적 다툼 가능성이 적은 가운데 지지자 확보가 시급한 소수 정당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사분오열로 국민적 지지는 고사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진보진영의 현실을 볼 때,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진보의 세력 결집과 외연 확대에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매주 1~2시간 동안 ‘노유진’은 청취자들과 함께 정치를 가지고 논다. 무겁고 어려운 정치를 보통사람의 눈높이에 맞추고 보통사람의 삶과 연관시켜서 쉽고 유쾌하게 떠든다. 진보와 보수를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고, 무엇이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던진다. 청취자는 지적 유희를 즐기는 가운데 팟캐스트라는 미디어의 자유분방한 속성 속에서 ‘노유진’과 소통한다. 이렇게 수십 회를 자발적으로 듣다보면 그들과 공감하게 된다.

재미가 관심과 반복을 만들고, 반복이 지지와 신념을 만든다. 스스로 소통공간을 만들어서 대중이 유쾌하게 공감할 수 있도록 정치를 풀어내는‘노유진’이 10개월 후 만들어낼 결과가 사뭇 기다려진다. 아울러 다른 진보진영도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