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교육학자 ‘허버트 리드’는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고 말했다. 창조의 밑바탕은 자연에 있고 또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무한해 인간은 그 속에 어울려 그 조그만 일부만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자연은 거리낌 없이 순리대로 상통하며 막힘없이 이어간다 하겠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잘 고른 좋은 물건은 일상에 작은 기쁨을 주고 때로는 고달픈 삶의 큰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가정의 뒤뜰 아니면 앞마당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장독대다. 자연속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숨 쉬면서 마치 막힘이 없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장독대는 언제나 한가하고 바람이 잘 통해 양지바른 뒤뜰, 정갈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니 나지막한 담장과 어울려 하나가 되고 들과 바람과도 하나되어 어울렸다.

우리 음식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재조명되는 것은 매우 발달된 발효식품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김장 등 뛰어난 발효식품은 우리 평생의 양식이며 바탕이기 때문이다.

발효식품은 숨을 쉬는 그릇이 아니면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은 언제나 장독대를 소중히 여겨 정갈하고도 아름답게 간직하고 유지해 왔다.

그러나 고도로 발전한 산업사회의 덕택으로 다양한 제품의 대체그릇이 쏟아져 나오면서 질 그릇은 그 운명을 다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장독대를 지키는 소중함이란 우리들의 입맛과 건강을 위함이고 정성을 들여 정갈한 가운데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은 자연을 사랑하는 우리네의 심성과 같을 것이다.

옹기는 우리의 일상에 쓰이며 필요한 용기다. 사기그릇, 질그릇 등으로 음식을 담는 그릇을 지칭한다. 옹기는 청자나 백자처럼 예술품으로는 취급을 못 받지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그릇이니 - 옹기를 빚을 때는 발로 물레를 치고, 손으로는 흙을 주무르고 다듬으면서 뚝배기와 찻잔과 같이 작은 그릇에서부터 큰 항아리까지 갖가지 형상이 나타난다.

정통 옹기의 특징은 부슬부슬한 매흙과 콩대재나 갈잎재를 섞은 자연유약만을 써야하고, 숨은 쉬나 물이 새지 않고 공기가 통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온 토기문화는 고려시대에 와서 쇠퇴하고 서서히 청자가 발전하기 시작한다.

전남 강진, 부안 유천리가 그 대표적 지역으로 서해안에서 주로 생산되었으니 - 선이 곱고 비취색의 오묘함이 순하며 내적인 품위를 지녔다하여 동양인의 조용한 정신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와서 발전한 백자는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친근감이 있는 여러가지 형상과 문양을 선보였다. 그러나 일제 36년동안 국권 침탈기를 겪으면서 백자는 퇴보함과 동시에 막사발 등이 등장, 조선 도자기와 현대 도자기를 잇는 가교역할을 했다.

자기는 바탕이 희고 투명하며 흡수성이 거의 없고 단단하여 두드리면 맑은 소리가 난다. 자기는 도기에 비하여 기계적 강도가 높으며 화학적 내구력이 강한데 비하여 정확한 규격을 만들기 어렵고 채색도 제한적이어서, 외관상 미려한 제품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도자기 소성장치는 소성작업, 불꽃과 피 가열체의 접촉방법, 형상 등에 따라 오름가마, 꺾임 불꽃가마, 터널가마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벙커C유, 경유, 가스 등이 많이 쓰인다.

이와같이 흙과 불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도예작업을 상상력과 표현력이 깊게 투영된 작품으로 승화시켜 전통 도자예술과 현대 미감을 접목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도자기는 상류층에서 사용했으나 옹기는 투박한 세상과 거칠거칠한 삶을 이끌어가는 민중들의 중심에 서서 실용적으로 쓰여져 왔다.

자연에 바탕을 둔 활활 타오르는 불과 흙의 신비로운 조화속에서 탄생된 옹기의 혼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고, 항상 우리와 함께 자연에 순응하며 이어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