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어제부터 반가운 단비가 내리고 있다. 다음 주 주간소통신문에 기고할 글을 쓰려는데 주제를 잡지 못하던 중에 우연히 ‘비와 당신’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동시에 10년 전 즈음부터 몇 번이나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라디오 스타>가 떠올랐다. ‘비와 당신’은 <라디오 스타>의 주제음악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가수 최곤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가 만난 매니저 박민수의 권유로 가요계에 데뷔해서 1988년도에 ‘비와 당신’으로 가수왕에 오른다. 하지만 대마초와 폭행 등으로 몰락해서 변두리 무대를 전전한다. 어느 날 최곤은 술집 손님과 시비 끝에 폭력을 휘두르고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합의금을 구하려고 다니던 박민수는 선배 방송인으로부터 합의금을 주는 대신에 최곤이 영월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음악프로그램 진행을 맡을 것을 제안 받는다. 흘러간 스타 최곤에게 시골의 라디오 DJ가 성에 찰리 없다. 하지만 변함없이 믿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박민수의 노력으로, 최곤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삶을 공감하는 프로그램 진행으로 어느 덧 전국적인 인기 프로그램이 된다. 그러자 최곤의 상품가치를 인식한 대형기획사 대표는 박민수에게 박민수가 최곤의 향후 활동에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가정을 등한시하면서까지 최곤을 뒷바라지했던 박민수는 결국 최곤의 곁을 떠나간다. 박민수가 자신을 떠난 이유를 알게 된 최곤은 괴로워한다. 최곤은 인기나 그 어떤 것보다 박민수와 함께 한 시간이 더 소중함을 절감한다. 최곤은 방송 중에 울면서 박민수를 찾는다. 그들이 영월 천문대에 갔을 때 박민수가 했던 말을 하면서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고, 그래서 자신을 비춰주어서 다시 빛나는 별로 만들어달라고. 결국 박민수가 비오는 날 다시 영월로 돌아오고 두 사람이 재회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쏟아지는 빗속에 ‘비와 당신’의 선율이 잔잔하게 흐르면서.... 어찌 보면 평범한 스토리인 이 영화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볼 때마다 다른 감흥이 있다. 코믹한 재미가 있고, 남자들의 진한 우정이 우러나고, 삶이란 것이 힘들지만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고, 실패자로 전락한 스타가 본의 아니게 세상과 소통함으로써 거듭 태어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박민수가 천문대에서 최곤에게 한 말이다. “혼자 빛나는 별은 없어.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과학적으로 볼 때, 박민수의 말은 틀린 것이다. 태양처럼 스스로 엄청난 빛을 내는 별들이 있고, 또 밤하늘을 밝히는 별들 중 상당한 수가 스스로 빛을 발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삶속에서는 혼자 빛을 내는 별이 없다. 수많은 작은 별들이 뿜어내는 미미한 빛들이 서로를 비추면서 별들이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다만 대부분의 별들은 자신도 빛나는 것임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적어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박민수의 말이 옳다. <라디오 스타>는 마치 중년을 위한 동화 내지는 성장드라마 같다. 자기 혼자 잘나서 빛나는 줄 알았던 최곤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그래서 세상에 자기 혼자 빛을 내는 별은 없으며, 모두가 서로를 비췰 때 비로소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결국 우리 모두는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지만 빛나는 별이라고.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줄 때 우리 모두가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고. 문득 이 영화의 메시지가 불교 화엄학의 상즉상입(相卽相入)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된다. 전체와 개체가 일체이고, 따라서 전체와 개체가 대립하지 않고 화합한다는 이치를 담고 있다고 느껴진다. 하긴 일체의 인간사가 따지고 보면 본시 그런 것이겠지만! 너무도 당연하고 평범해서 심오한 이치다. 주변의 별들로부터 더 많은 빛을 받아서 더 밝게 빛나는 별은 받은 만큼의 빛을 반사해야 한다. 자신이 받은 빛보다 적은 빛을 반사하면 주변의 별들이 자신에게 다시 보내줄 빛이 줄어든다. 결국 자신은 물론 주변의 별들 모두 빛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주변의 별들은 자기들이 빛을 보내준 만큼 반사해줄만한 다른 별을 찾겠지만 말이다. 전체를 모르는 개체는 존재할 이유가 없으니까! <라디오 스타>에서 박민수는 “오늘은 문득”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비가 내리는 오늘은 문득 지금 우리사회에서 더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자기 혼자 힘으로 빛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다른 별들의 빛을 받아서 더 밝게 반짝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이 비와 함께 소통의 가뭄도 해갈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