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하였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자’ 발언으로 시작된 유승민 찍어내기가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유승민이 패배하고 박근혜가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 13일간의 유승민 파동을 거치면서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보다 더 큰 자리로 갈 수 있는 국민의 지지를 획득했다.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과 포용력 부재의 속 좁은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때 보여주었던 무능함에 더하여 민주주의의 국가 지도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소양마저 부족한 사람임을 온 국민에게 드러낸 것이다.
160명의 국회의원들이 투표로 선출한 원내대표를 무작정 찍어낸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새누리당은 과거 유신시대의 ‘유정회’처럼 운영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하고 후퇴시킨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정도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서글퍼진다. 내가 더욱 답답한 것은 앞으로도 지역주의 정치구도가 계속되는 한 이런 수준의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진정으로 제대로 된 대통령을 원한다면,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지금의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반드시 깨뜨려야 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박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대안정당의 출현은 반드시 필요하며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내가 줄곧 대안정당의 출현을 주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길을 잃었다. 수년째 성장은 정체되었고,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불공정과 부조리는 더욱 깊어졌다.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한 우려들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혁과 혁신의 선봉이자 주체가 되어야할 정치권은 무능과 무기력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을 개혁하고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혁신과 개혁의 방향은 이미 우리 앞에 명백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현상과 천정배의 압도적 당선으로 표현되었던 ‘시대적 요구’와 ‘호남 민초들의 명령’은 간단하고 명백하다.
그것은 만악의 뿌리인 지역구도에 기초한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우리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공생관계를 청산하고 맹목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라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다가오는 통일한국이 세계의 모범국가가 되도록 공평과 정의의 기초 위에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내 민주화, 선거구제 개편, 돈 안 드는 정치 등 정치개혁 프로그램, 그리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적 정책과 제도들을 철저히 준비하고 실현시켜 나가라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정당’이 필요하다. 집권하기에 충분히 실력 있고 도덕적이며 철학이 있는 정당, 기존 정당과는 선명하게 차별화된 책임정당이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안정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좌파적 개혁이 필요한 곳에는 좌파적 개혁을, 우파적 개혁이 필요한 곳에는 우파적 개혁을 하는 실사구시형 정당이 되어야 한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의 이중 잣대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 성찰이 가능한 ‘싸가지 있는 정당’이어야 한다. 또한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화 세력의 공은 물론 산업화 세력의 공도 인정할 줄 아는 융합적 사고를 가진 미래정당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의식이 가장 앞서는 호남의 민초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기득권을 가진 기성 정치인들에게만 이 일을 맡길 수는 없다. 호남의 민초들이 먼저 나서고 그 힘으로 기성 정치권을 견인해야 한다. 호남 민초들이 나서서 집권하기에 충분하고 시대정신을 담기에 적합한 대안정당을 만드는데 길을 열어야 한다.
호남 사람들이 나서서 이를 능히 감당할 새로운 사람, 새로운 세력, 새로운 정당을 탄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변할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변해야한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준비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