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에게는 두 가지 근심이 있다.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면 그 신하는 장차 자기의 현명함을 이용하여 그 임금을 위협할 것이다. 함부로 아무나 가리지 않고 등용하면 무능한 신하들 때문에 일의 진취가 저해됨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현명한 사람을 좋아하면 여러 신하들은 행실을 꾸며서 임금이 좋아하기를 꾀한다. 그렇게 되면 여러 신하들의 참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신하들의 참모습이 드러나지 않으면 임금은 그 신하들의 참과 거짓을 분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월나라 임금이 용맹을 좋아하자 백성들 중에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자가 많았으며, 초나라의 영왕이 허리 가는 미인을 좋아하자 나라 안에 밥을 굶는 사람이 많았다. 제나라의 환공이 질투심이 많고 나인을 좋아하였으므로 수조는 스스로 거세하여 나인의 일을 맡아보았으며, 환공이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니 역아는 자기의 맏아들을 삶아서 바쳤다.(임금이 오직 사람의 고기만을 맛보지 못했다고 하였다.) 연나라 역왕의 아들 자쾌가 어진이를 좋아하였으므로 신하인 자지子之는 자기에게 나라를 선양하는 일이 있더라도 나라를 물려받지 않겠다고 언명하였다.

그러므로 임금이 미워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내면 여러 신하들은 자기 마음의 단서를 숨기고, 임금이 좋아하는 바를 드러내 보이면 신하들은 자신이 임금의 좋아하는 바에 능한 것처럼 속인다.

윗글은 『한비자』의 「이병」 편의 일부로 임금은 신하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하고자 하는 바도 드러내 보이지 말라고 한비는 말한다. 임금 자신의 심정을 신하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신하들은 임금의 눈치를 살피거나 비위를 맞추려고 거짓을 꾸밀 여지가 없게 된다.

이때 비로소 임금은 신하들의 본래 모습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