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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잣대로 정치판을 혁신하자

익산시민 유 성 무

성폭행과 성추행 등 성범죄 피해여성들이 가해자를 사회에 고발하는 ‘미투’ 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각계각층 인사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 세상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급기야 특정 인사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 여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범죄가 우리사회에 이처럼 만연해 있었다. 성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성추행 또한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 될 수 없는 범죄다. 앞으로도 ‘미투’ 운동이 계속됨으로써 성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과 함께 사회적 단죄의 공포가 우리사회에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몇몇 유명 정치인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도됐다. 정말이지 개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겠다고 나선 자들이 약자를 상대로 추잡한 행위를 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정치인의 역할이 무엇인가? 국가와 지역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가며, 누구나 지켜야 할 법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다. 때문에 정치인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혹자는 정치인에게 도덕성보다 탁월한 정치적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시대적 상황론으로 볼 때 도덕적으로는 흠결이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정치적 업적을 남긴 사례도 종종 있다.

하지만 정치는 기업경영이나 예능과 같은 기능적 능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흠결 정도가 아니라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정치 일선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할 가능성은 전혀 없음을 최근 우리는 목도하지 않았는가?

비록 과거에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뼈를 깎는 반성으로 새로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선출직 공직자가 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치 말고도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넘치도록 많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이끌어갈 일꾼이 되겠다고 한다. 성범죄 등 소위 5대 사회악 같은 파렴치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정당 간판을 달고 나서는 것만은 막아야 함이 유권자들에게 정당이 져야 할 최소한의 책무이자 예의다.

정치판은 어떤지 몰라도, 유능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저런 전력이 있는 사람을 정당 공천하여 시민들 앞에 세운다면, 그것 또한 파렴치한 행위다. 마치 불량식품을 잘 포장해서 내미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정당은 정치를 하겠다는 자들의 전력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보편적 양심에 반하는 범죄에 대하여 정상참작이나 그 뜻도 모호한 ‘정무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시민이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부터는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시민들이 시정을 믿고 따르도록 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그 리더십의 원천은 법률적 지위가 아니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도덕성이다. 결국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자로는 지역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주간소통신문에 요즘 보도되는 기사들을 보면 익산이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다. 좋은 일자리가 적어서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전북지역 대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 특히 서민경제가 어렵다. 국가식품클러스터와 백제역사지구 개발 등 발전 비전도 있지만 당장 체감할 수 없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 같다. 사실 누가 지역을 이끌어가든 당장 획기적인 방법으로 이 상황을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희망을 공유하고, 공직사회에 강한 동기를 불어넣어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에 있어 파렴치한 범죄 전력뿐 아니라 싸가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후보자가 그동안 어떻게 처신했는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동냥 벼슬이라는 선출직 공직자가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투’ 운동이 성폭력을 넘어서 부도덕한 자들에 대한 사회적 단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런 사회운동을 통해 사회선도층 특히 정치판의 불량 종자들을 걷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자들이 정치판에서 사라지는 것이 정치 혁신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