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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살림살이

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3년 전 스페인의 빌바오에 간 적이 있다. 이 도시는 바스크 지방의 주도로 한때는 철강산업과 더불어 조선산업으로 인해 시장의 부가 집중되었던 곳 이었지만, 우리나라 등에게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빼앗기면서 도시는 폐허로 변해갔다. 하지만 지역의 시민공동체를 중심으로 도시를 살리기 위한 항구 정비 등의 수많은 노력들이 모아졌고, 이러한 역량으로 구겐하임 미술관 등이 들어서면서 세계 각지에서 이 미술관을 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으며, 옛 명성을 뛰어넘을 만큼 도시는 복원되었다.

우리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대자본에 대한 집중이 지역과 시민의 경제적 고통을 얼마나 야기하는지를 너무도 가깝게 보고 있다. 이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투영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연매출액 (2014년)이 국내 GDP의 13.83%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토요타가 일본 GDP의 5.39%, 폴크스바겐이 독일 GDP의 6.97%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의존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국가경제의 성장과 삶의 질은 반드시 정(+)의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의 양적인 발전속도에 비해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속도는 매우 더디다. 통계청 (2017)에 의하면,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적 부 (GDP)는 28.6% 증가했으나 삶의 질 종합지수는 1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가족·공동체, 고용임금, 주거 부문에서 삶의 질 향상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중심의 관계적 삶뿐만 아니라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것들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자본에 대한 집중은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가계소득 내에서의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신념처럼 받아들여 왔던 시장자본주의의 시장실패를 ‘사람중심’, ‘삶의 중심’으로 다시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이다. 공동체 중심의 사람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모두가 사는 맛이 나도록 하는 것, 대자본이 아닌 사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성장을 도모하여 부의 양극화를 좁히는 것, 즉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이것이 사회적경제이다. 마을에 초상을 치룰 수 없는 경우, 마을사람들이 쌀을 모아 상을 치르게 하였고, 환갑잔치는 마을의 잔치였으며,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학우들에게 도시락 뚜껑에 십시일반으로 배고픔을 나누었던 공동체적인 삶이 바로 사회적경제이다. 따라서 필자는 사회적경제를 ‘살림살이 경제’라 부른다. 무역수지가 흑자이다, 경기가 좋아졌다 하는 것들이 반드시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지 않는다. ‘배고픔’을 상품화 하지 않는 것, ‘생’과 ‘삶’을 돈벌이 수단으로 하지 않는 것, 지역경제를 풍부하게 하는 소비문화로 지역 내 모두의 벌이가 나아지는 것, 약자들에게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것, 이로 인해 삶의 경제가 좋아지는 것, 이것이 바로 살림살이 경제이며,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문제, 일자리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사회적경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처럼 보인다. 일자리 수석실에 사회적경제비서관을 설치하였고, 사회적경제 3법 (사회적경제 기본법, 사회적가치 실현 기본법,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력양성 및 금융투자환경 개선 등 성장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협력성장과 포용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공공기관들의 평가에 있어서도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시 또한 시민밀착형 정책으로 사회적경제를 가장 맨 앞에 두고 있으며, 사회적경제기업으로의 전환 확대와 전국 최초로 사회적경제 재화의 공공구매 의무제를 실시하는 등 지역경제를 풍부하게 하여 시민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는 데 시정의 중심을 두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는 경제위기에 있어 완충역할을 해왔다. 사회적경제는 ‘사람’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시 고용감축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위기를 극복하지 않는다. 기업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생산자원을 더 할당함으로써 실업률을 낮추고 기업의 안정성을 유지시킨다. 2008년 시작된 세계경제위기 때 유럽 내 사회적경제기업의 고용은 늘거나 또는 크게 줄지 않았으며, 이것이 유럽의 경제를 위기에서 복원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기업환경의 위기를 고용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이라는 방법으로 극복하려는 글로벌 기업으로 인해 파탄에 빠진 지역경제를 우리는 가까이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대자본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언제든지 이러한 위험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자본주의 내에서는 시장실패로 인한 경제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구조의 개선을 통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며, 유럽의 선진국가가 그랬듯이, 우리도 살림살이에 중심을 둔 사회적경제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이러한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