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삼정원장
성산 김 영 주(도영)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은 싸움이다. 싸움은 상대가 있고 이기는데 목적이 있다. 트럼프는 무역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것이다. 트럼프가 왜 무역전쟁을 하는지는 세세곡절 모른다. 그러나 ‘미국을 위해서’ 라는 명분이 있음은 안다. 물론 트럼프대통령의 예측 불허한 행동에 따른 해석도 나올 법 하지만 본인의 사업성공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무역전쟁을 했던 예는 그 전에도 몇 번 있었다. 1870년대의 대불황이 열강을 제국주의 국가로 만들어 바렸다. 그리고 1930년대의 대공황이 2차 대전의 원인이 되었고, 1970년대 초반 석유파동과 뒤이은 세계적 공황은 국제경제 질서를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선회시켜 버렸다. 신자유주의와 동반한 신보호주의의 대두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 세계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채 무한 범위의 무역전쟁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신보호주의가 대두하게 된 계기는 석유파동에 앞서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긴급조치다. 누적되는 국제수지 적자를 견디지 못한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환율 조정에 합의해 이 조치를 취소했지만, 이를 계기로 국제통화체제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행하게 된다. 전후 자유무역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신보호주의의 단초를 만들어 버렸다.

요즘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화두, 아니 가장 심각한 근심거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중국도 128개 품목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0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대응하고 있다.

세계가 미·중 무역전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당연히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단기적으로는 국가의 이익이든 특정한 계급의 이익이든 보호무역이 누군가의 이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무역전쟁에 승자는 아무도 없고 패자만 있을 뿐이다. 두려운 일은 한 때나마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었던 세계가 다시 더 큰 교훈과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결과는 과거에 일어났던 것보다 더 처참한 비극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인간사회는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과 투쟁이 연속되어 왔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는 물론, 단체, 사회, 국가, 민족, 종교, 사상 등 어디를 살펴보아도 상호간에 대립과 투쟁이 끊이지 않는 치열한 각축장을 이룬다. 그리하여 약육강식ㆍ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투쟁의 장으로 보여 왔다. 인간뿐만이 아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벌레나 새 한 마리까지도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싸움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지혜 있는 사람들은 인류 상호간의 관계를 대립과 투쟁의 관계로 보지 않았다. 상부상조하며 공생공영(共生共榮)하는 은혜의 관계로 보았다. 특히 한국이 낳은 성자 소태산은 인류는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얽혀 있는 존재자로 파악하였다. 즉,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인류형제는 물론이고 날짐승과 길짐승, 그리고 풀과 나무 등 온갖 생물까지도 나의 생존유지에 없어서는 살지 못할 은혜로 맺어져 있다고 본 것이다.

필자는 동포(同胞)라는 말을 좋아한다. 동포는 한 포태(胞胎)라는 말이다. 즉, 인류는 한 포태 속에서 태어났다는 말이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모두가 동포이다. 그러므로 한 형제이다. 형제는 잘잘못을 떠나 서로서로 위하는 마음을 가진다. 혹여 한 사람이 큰 잘못을 했어도 서로 이해하고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다.

한 우화가 있다. 한마을에 뭇 나무들과 호박이 살고 있었다. 호박은 태양과 수분을 잘 받아서 무럭무럭 성장하여 초가지붕에도 올라가고 주변의 나무에도 쭉쭉 뻗어 올라 어느 순간 곳곳에 커다란 열매를 맺었다. 그래서 주변 나무들은 호박들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호박들이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 자기가 제일 크다느니 자기가 잘 생겼다느니 하면서 누구는 어쩐다느니 하는 싸움이었다. 호박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나무들은 그동안 부러워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호박들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런 중 한 나무가 호박들에게 충고를 한다. “너희들 머리에 꼭지를 만져봐라. 그리고 그 꼭지에 달린 줄기를 더듬어 가봐라.” 호박들은 나무가 시키는 대로 각자 머리에 달린 꼭지에 붙어 있는 줄기를 따라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기들은 한 뿌리에서 나왔고 한 형제임을 알게 되어 싸움을 그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혼자 만으로서는 살아갈 수 없다. 국가도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인류라는 이웃이 존재하여 자리이타(自利利他)로 상생상화(相生相和)하며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동포라는 진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했다. 그러므로 예전의 무역전쟁처럼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소태산이 말한 이 우주 안에 모든 것들이 은혜의 관계로 얽혀 있음을 보았다면 그리고 각 나라마다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상부상조한다면, 인류는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희망의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는 이해와 화합과 사랑과 존경이 넘치고, 가정ㆍ단체ㆍ사회ㆍ국가ㆍ민족 각각의 사이에는 융화와 협력과 평화가 충만한 세계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가 인류의 은혜를 발견하고 보은 실천에 노력하면 이 세상이 그대로 커다란 은혜의 덩어리요, 날마다 좋은 날이 되며, 매일매일 다시 태어나는 삶이 될 것이다. 나아가 세계는 차츰 갈등과 전쟁이 없어지고, 평화와 화합의 길에서 하나로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