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요즘 지방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문자메시지와 SNS 메시지가 빗발치고 있다. 표를 구하는 이들의 애타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볼만한 내용을 보내줬으면 한다. 최소한 왜 내가 선거에 출마했고, 어떻게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 정도는 보여주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공약(公約)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하는 약속이다. 이 약속을 믿고 후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공약은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나는 공약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별 볼 일 없는 약속, 즉 공약(空約)이다. 황당무계한 말만 공약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거나 대부분이 하는 것에 대한 약속도 헛된 말장난이다. 이런 후보가 공직에 나간다면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

둘째는 다 같이 해나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약속, 즉 공약(共約)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행정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시대를 이끌어갈 비전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후보를 선택함에 있어 후보의 지향점은 그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대단히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셋째는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도전하겠다는 약속, 즉 공약(攻約)이다. 나는 이 도전 의지야말로 선거에서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음은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SMART나 SELF, 매니페스토 등 다양한 공약(公約) 검증 기준의 유효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공약 사업의 필요성, 이행방법, 이행기간, 재원조달 계획 등이 없는 약속이 지켜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후보의 이념적 지향점과 혁신의지를 평가할 수 있는 공약(共約)과 공약(功約), 그리고 이를 위한 소통능력을 평가하는 정성적 기준 또한 객관적인 정량적 기준만큼 중요하다.

현실의 세상은 온갖 이해관계와 이념이 충돌하는 장(場)이다. 변화를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법규가 있고, 예산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작용한다. 그래서 공약(共約)과 공약(功約)이 쉽게 이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비전과 도전 의지가 실현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후보의 공약에 나타난 비전과 의지를 그대로 믿을 필요도 없다. 다만 그 속에서 묻어나는 후보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통해서 그가 어떻게 공직을 수행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사람을 위한 고민’이라면, 그 자체로 공약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하는 80/20 법칙이 공약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공약의 80%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현실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20%는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20%가 지역을 발전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에는 이천 개에 가까운 동상이 있다는데, 그중에 비평가의 동상은 없다는 글을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온갖 비판을 감수하고 행동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면서 세상을 바꿔간 사람들만 기억할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공약처럼 어려운 것을 이처럼 하찮은 글로 왈가왈부하는 행위 자체가 사실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장황하게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익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치열하게 소통하면서 커다란 비전을 이루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후보를 선택하는 지방선거가 아니라면, 굳이 엄청난 혈세를 쓰면서 선출직 공직자를 뽑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행정을 적당히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큰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을 고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선출직 공직자는 30만 명-지금은 이마저도 무너졌지만-익산시민에게 한 번 해보자는 도전의식을 공유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후보의 면면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공약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의 전초전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후보들은 공약 같은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이들의 공약을 냉철하게 비판하면서 쓸 만한 지역일꾼을 찾아 다른 당 후보들과 겨루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익산이 발전하고 익산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

머릿속에는 냉철한 현실감각을 담고 가슴속에는 ‘사람’을 위한 불타는 이상을 가진 후보를 가려내는 시민들의 지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