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 현 철

필자가 요즘 많이 요구받는 것이 ‘청년일자리’에 관련된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청년실업 문제를 국가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일자리를 민간이나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비상하고 과감한 대책을 강구하라 요구하였으니 그도 그럴 만 하다. 경제성장 시기에는 기업들은 인력확보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 IMF 구제금융을 받기 전 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인턴십 제도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려 하였고 당시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경우 넘치는 추천장 속에 갈 곳을 선택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었으며, 우리가 안고 있는 청년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문제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작년 청년실업은 9.9% (체감실업률 22.8%)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으며, 100만명이 넘는 실업인구 중 청년 실업자만 42만천여명에 달했다.

청년들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은 저성장과 양극화, 대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 가계부채의 증가, 부동산 거품, 자본 만능주의, 사회적 배제 등 한국의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한 이전의 부동산 정책들은 서민의 주거복지를 악화시키고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경기의 침체를 야기하였다. 노동유연화라는 명목으로 고용불안을 초래하였고 이는 정부의 재정부담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로 근로자 삶의 질이 악화되었다. 또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법의 완화, 고환율 기조, 법인세 감면 등 이전 정부들의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양극화 및 자본의 편중을 가져왔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은 세계 112개국 경제상황을 분석한 ‘포괄적 성장과 개발 보고서’에서 ‘한국의 세제와 복지 등 소득불평등 해소 정책이 산업 선진국 중에서 최악의 수준’이라 평가하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학벌에 대한 집착은 학력주의, 교육시장의 상업화, 그리고 교육비의 상승을 초래하였으며, 청년들의 삶을 빚으로 점철되게 만들었다. 한국장학재단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에서 14년까지 총 412만명이 대출을 받았으며, 대출총액은 약 14조원이라 추정한 바 있다. 이 중 대출을 갚지 못한 사람이 1만5천여명으로 가압류 등의 법적 조치가 취해진 금액만 약 1천여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을 이용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저신용’은 청년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의 삶의 결과를 결정하는 무서운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저소득, 채무부담으로 인해 사회경험이 없는 청년들의 경우 더 나은 기회를 탐색할 수 없으며, 이는 ‘안정’이라는 키워드에 몰입하게 하여 대기업 또는 공무원이라는 협소한 선택에 매달리게 되는 현상을 초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이도 정부는 저리대출, 채무조정제도, 신용유의 기록 삭제 등 신용등급을 회복시키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상환기간 유예, 생활비 지원 등을 통해 청년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임시방편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장려금이나 청년창업지원 정책들 또한 청년들을 좁고 경쟁이 심화된 시장으로 몰아넣는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정책에서 노동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청년고용지원금을 노동지원금으로 전환하여 청년들에게 직접적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의 경우 고용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시각적 전환이 이루어진 진일보한 정책이라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일자리에 중심을 둔 임시방편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상기에서 언급했듯이 청년의 문제는 현 우리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청년의 ‘삶’을 기반으로 한 정책들이 발굴되고 상호 유기적으로 시행되도록 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통하여 청년지원 분야를 활동, 노동, 주거, 공간으로 나누어 정책을 개발 시행하고 있으며, 전라북도 또한 ‘취업 및 고용’, ‘창업’, ‘문화와 여가’, ‘복지와 삶의 질’, ‘거버넌스’의 5개 분야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는 청년의 생애주기에 따른 입체적 접근에 기인한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얼마 전 익산시에서 ‘청년 100인 원탁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일자리 보다는 전담부서 신설, 청년공간 조성, 청년회의소 구축 등의 ‘사회적 인프라’와 쉐어하우스나 임대주택 보급 등의 ‘정주형 인프라’에 대한 정책적 요구가 주목을 받았다. 이 또한 청년문제의 해결은 사회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던 시대를 경험했던 시각으로 일자리가 하나의 턴키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꼰대의 시각이다. 이제는 청년의 문제를 일자리 창출이라는 근시안적 접근에서 청년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그 너머의 삶’으로 정책적 시각을 넓힐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