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삼정원장
김 영 주

부처님 오신 날은 사월 초파일이다. 사월 초파일이라 하는 것은 음력 4월 8일을 말한다. 중국과 일본 모두 음력 4월 8일을 탄생일로 기념하지만, 일본은 음력이 아닌 양력 4월 8일로 고쳐 기념하고 있다.

초파일은 불교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2월 8일 석가(釋迦) 출가일(出家日), 2월 15일 열반일(涅槃日), 12월 8일 성도일(成道日)을 합쳐 불교의 4대 명절이라 한다. 이 4대 명절 중 초파일이 가장 큰 명절이다. 그러나 이날은 불자(佛子)이건 아니건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함께 즐겨온 민속명절로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이날은 연등행사(燃燈行事)와 관등(觀燈)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중국에서도 이날 연등행사가 이루어지나 우리나라처럼 성행하지는 않으며, 일본에서는 연등축제 대신 불전(佛前)에 꽃을 올리는 ‘하나마쯔리’로 대신하고 있다.

부처는 B.C. 6세기경 인도의 카필라국에서 태어나 태자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한 뒤 6년의 수행을 거쳐 일체의 번뇌를 끊고 무상(無上)의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교화했던 석가모니를 존경하여 부르는 말이다. 그러나 부처는 깨달은 사람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석가모니에게만 국한된 절대적인 명칭은 아니다. 부처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와 인과보응(因果報應)의 이치를 체득한 성자(聖者)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러한 성자가 바로 석가모니이기 때문에 그를 부처라고 한다. 부처의 깨달음에는 ① 자각(自覺: 스스로 깨달음), ② 각타(覺他: 다른 중생들을 깨닫게 함), ③ 각행원만(覺行圓滿: 깨달음이 온 세상에 충만함)의 3가지 의미가 있다.

부처는 이 3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며, 보살은 자각과 각타를, 성문(聲聞)ㆍ연각(緣覺)의 이승(二乘: 소승의 가르침만을 수행하는 자)은 자각만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진리를 깨달은 사람의 의미로 스스로 깨달아(自覺) 다른 사람을 깨닫게 하며(覺他) 깨달음의 기능이 전지전능하게 충만하여 있다는 뜻이 있다. 이 자각과 각타와 각행원만의 관계는 보통사람에 있어서는 세 개가, 성문(聲聞)ㆍ연각(緣覺)의 이승에 있어서는 뒤의 둘이, 보살에 있어서는 마지막 하나가 모자란다는 것으로, 이런 점에서 불(佛)의 우월성을 나타낸 것이다.

진리는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누가 진리를 깨달은 사람인지 깨닫지 못한 사람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거창한 언어와 신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되어야 그 사람을 알 수가 있다. “돼지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조선초기시대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일화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그렇다면 진리를 깨달은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사람의 몇 가지 행동을 보고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전체를 볼 줄 안다. 부분만 보고 사는 우리와는 다르다. 소유의 구분이 없다. 무소유(無所有)로 행동한다. 우주 대자연을 다 내 것으로 안다. 그러므로 이웃을 위하여 희생하며 산다. 이웃과 나를 따로 보지 않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우주대자연은 한 기운으로 뭉쳐져 있다. 그러므로 하나이다. 모두가 나(我)이다.

둘째, 차별하지 않는다. 백인과 흑인, 부자와 가난한자, 여자와 남자, 어른과 아이, 가족과 이웃을 차별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세상 살다보면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일을 당해서 그것을 티내지 않고 공정하게 대처하고 사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이모두 차별의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시끄럽고 혼란하다.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절대 둘로 보지 않는다. 차별의 행동을 하는 사람은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 아니다.

셋째, 진리를 확고히 믿고 행동한다. 즉 진리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진리 안에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 그래서 원만구족(圓滿具足)이다. 그리고 진리는 우주대자연 모두를 포함해서 차별 없이 길러주고 존재하게 한다. 그래서 지공무사(至公無私)이다.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6가지를 진리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다. 눈은 형상과 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언제나 그 내면의 실체를 본다. 이쁨과 미움에 끌리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본다. 또한 볼 자리는 보고 안 볼 자리는 안 본다. 귀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감언이설에 유혹되지 않게 행동한다. 듣기 싫어야 할 소리도 듣고 듣지 말아야 할 소리는 다른 한 쪽 귀로 흘려버린다. 코는 정신을 마비시키는 악취를 멀리하고 만물을 살리는 정의의 향취를 따른다. 사실 그대로 맡고 맡아야 할 냄새는 맡고 맡지 않아야 할 냄새는 맡지 않는다. 입은 남을 살리고 공(公)을 위하는 말을 취하고 죽이는 말이나 사사(私邪)에 치우친 말은 하지 않는다. 할 말은 하고 하지 않아야 할 말은 안한다. 꼭 해야 할 말은 좋고 나쁨에 끌려서 하지 않는다. 몸은 기거동작을 법도 있게 한다. 동작할 자리에서는 동작하고 안 할 자리에서는 안한다. 몸 때문에 정신이 끌려가는 일을 하지 않는다. 마음은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한다. 응무소주이생기심은 텅 빈 마음, 곧 자성청정심을 갖고 모든 경계에 상응하라는 뜻이다. 마음속에 좋은 일과 나쁜 일ㆍ옳은 것과 그른 것ㆍ아름다움과 추한 것ㆍ좋은 것과 싫은 것ㆍ죄와 복ㆍ부처와 중생ㆍ극락과 지옥 등 모든 선입관념을 놓아버리고 본래의 마음으로 세상일에 응용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어떤 선입관념에 사로잡히면 곧 틀려버린다. 일이 없을 때에는 분별심(分別心)을 다 놓아 버리고 허공같이 텅 빈 마음이 되고, 일이 끝나면 마음도 텅 비어 버리면 그 자리가 곧 부처의 경지가 된다.

부처님 오신 날은 성자적 인생관을 내 마음에 품으라는 날이다. 나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존재하게 하는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은혜를 느끼고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인생을 살라는 메시지를 주는 날이다. 우리의 세계가 우리의 나라가 우리의 사회가 우리의 이웃이 함께 이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