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얼마 전에 끝난 6.13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지역 언론들이 많은 기사들을 보도했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독자들의 후보 선택에 도움이 되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참으로 보기 민망한 수준 이하의 글(기사가 아닌)들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글들의 성격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언론이 나가야 할 방향을 논해보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언론의 활동기반인 보도(報道)와 기사(記事)의 사전적 의미부터 알아보자. 보도는 “대중 전달 매체를 통하여 일반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알림. 또는 그 소식.”이다. 기사는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서 어떠한 사실을 알리는 글.”이다.

언론이 보도를 하는 이유는 독자에게 특정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거나, 사실의 맥락을 파악하여 사실적 현상 뒤에 숨어있는 실상을 알리기 위함이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언론이 책임져야 할 사실의 범위인가’라고 하겠다. 언론은 자기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에 대해 어디까지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할 것인가?

보도 자료를 원문 그대로 게재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보도 기사에는 언론이 그 사실 관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보도 자료는 말 그대로 언론 보도를 원하는 측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유포시킬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보도 자료를 게재할 때는 독자가 언론이 생산한 기사로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당 게재 내용이 언론의 사실 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은 보도 자료임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보도 자료임을 명시함으로써 언론의 책임이 끝날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식과 전문지식, 경험, 공지된 사실에 비춰볼 때 보도 자료를 통한 주장에 문제가 있는지, 보도 자료를 게재할 때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이 생길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따라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특정인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표했다고 하자. 어느 언론이 그 발표를 여과 없이 독자에게 전달했다면, 그 언론은 발표가 빚어낸 결과에 어떠한 책임도 없고 언론의 자유라는 권리 안에서 특정인의 발언권을 보장한 것인가? 이에 대하여는 향후 엄정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허위 사실을 게재한 언론 또한 허위 사실을 발표한 특정인과 함께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허위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실아 아닌 기사를 유포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넘어서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방패삼아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공익을 해치는 행위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언론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는 다른 범주의 권리다. 언론은 공익을 전제로 충분한 확인과 비판을 거쳐 최소한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는 내용에 대하여만 보도를 해야 한다.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내용은 기사가 아니라 별도의 형식으로 게재함이 타당할 것이며, 사실 확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내용은 광고처럼 별도의 섹션을 만들어서 누가 보더라도 확연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 안 된 내용은 절대로 기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기사와 같은 형식을 빌어서 독자에게 판단을 미룸은 언론의 본분에서 어긋나는 일이다.

선거 과정을 들어 말하자면, 특정 후보의 공약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나열하는 것은 문제가 매우 크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특정인의 주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특정 후보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도 없이 그대로 게재하는 것은 선거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SNS가 고도로 발달하고 있는 현실에서 특정 후보의 주장 전달을 언론보다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이 차고 넘친다. 언론은 그의 주장에 더해 사실 관계의 확인과 냉철한 비판을 통해 독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 영역을 담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이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다뤄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현직 후보와 도전하는 후보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는 경우다. 현직 후보에 대하여는 과거 공과를 비판함으로써 그가 다시 해당 공직을 수행함이 타당한가를 평가해야 할 것이고, 도전하는 후보에 대하여는 공직 수행의 적합성을 평가함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현직과 도전자를 똑같은 입장에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현직 후보가 선거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세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현직 후보의 과거 공직 수행실적 및 공약 등 주장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다는 아니지만 변변한 비판능력도 없는 일부 언론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할 권한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일부 언론들의 보도 자세 변화를 정중하게 권한다. 선거나 지역 현안 문제처럼 중대한 사안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독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보인다. 기사다운 기사를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