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초빙교수

김 성 중

지난 5월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을 보면 5월 출생아 수는 전국 2만7,900명으로 지난해 5월(3만300명)과 비교해 7.9% 감소하였다. 이에 정부는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을 생계급여 수급자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녀장려금 외에도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미 다양한 출산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7년도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출산지원 정책은 총 2,169개로 2016년 총 1,499개 대비 44.7%가 증가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은 임신(603개), 출산(746개), 육아(728개), 결혼(92개) 등이며, 이는 2016년에 비해 출산(268개 증), 육아(248개 증) 분야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각 지역의 지원방식은 출산 지원 서비스(614개), 현금(571개), 현물(346개), 교육(304개), 홍보(236개), 바우처(98개) 등으로 출산지원 서비스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시행하는 출산지원 서비스는 각 지자체의 예산에 따라 지원 여부와 금액에 차이가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2016년부터 산후조리비 명목으로 출산가정에 5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천시는 출산장려금과 함께 음악회, 저출산 극복 뮤지컬 공연 등의 문화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전남 보성군의 경우에는 임산부 할인음식점을 지정하여 10%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경남 양산시에서는 산후도우미 비용을 지원하는 등 출산 장려를 하고 있다. 영광군에서는 출산 지원금 뿐 아니라 출산 용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정읍에서는 다문화가정에 한해 산후조리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익산의 경우에도 출산장려 분위기 조성을 위해 2005년부터 지급한 출산장려금과 더불어 다각적인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익산시 출산장려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2017년 4월 4일 출생아부터 지원하며, 지원대상은 영아 출산일 기준으로 부모가 익산시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가정으로, 출산일 현재 거주기간 1년 미만인 경우에는 1년 이상 경과한 날부터 대상이 된다. 지원액은 첫째아이 50만원, 둘째아이 200만원, 셋째아이 300만원, 넷째아이 500만원, 다섯째아이 1,000만원으로 둘째아이부터는 분할 지급되며 쌍생아는 200만원, 삼생아 이상은 300만원을 일시금으로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이렇듯 지방 중소도시들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의 한계와 종착점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땅끝마을로 알려진 전남 해남군은 우리보다 파격적으로 출산장려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인구감소를 겪던 해남은 3~4억 선인 다른 지자체의 출산장려금보다 훨씬 많게 연간 40억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해남군에서는 첫째 출산에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 720만원의 장려금을 준다. 이이 넷을 낳으면 2,000만 원 정도를 현금으로 받는 것이다. 덕분에 해남군의 출산율은 2.46으로 전국평균(1.2)을 훨씬 뛰어 넘었다. 정책이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5년간 해남군에서 태어난 아이는 3,802명이었으나 기이하게도 4세 이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출산장려금만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는 이른바 ‘먹튀 출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해남군이 자연적 인구증가가 인구이동으로 인한 사회적 인구감소에 압도된 전형적인 경우가 되었다. 매년 40억 넘게 쓰고도 남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 되었다. 높은 출산율이 무색한 인구의 감소 현상은 이른바 ‘해남의 역설’이라고 불리어진다.

인구를 늘리거나 유지하려는 지자체 간의 경쟁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한 지역에서의 인구 유출은 다른 지역으로의 인구유입을 의미한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기술진보의 메가트렌드는 지방 중소도시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 도도한 흐름은 애를 쓴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대세를 거스른다면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중소지방 도시들은 정책의 방향성을 잃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온 나라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양적 발전이 아닌 질적 발전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 익산은 작지만 행복한 도시, 그래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들의 생존방식을 배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