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무후가 서무귀에 물었다. “나는 백성을 사랑합니다. 의롭게 살기 위해 전쟁을 멈출까 하는데 좋은 생각이죠?” 서무귀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게 백성을 해치는 근본입니다. 의롭게 살겠다며 전쟁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이야말로 전쟁의 근본입니다. 착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악의 그릇입니다”」『장자』「서무귀」

「노나라 애공이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을 다스리는 법을 지키고,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으로 정치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런 실력도 없으면서 경솔히 행동해 내 나라를 망칠까 두렵다”」『장자』「덕충부」

위무후는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왕이며 『오자병법』의 저자 오기를 장군으로 발탁한 바로 그 왕이다.

전성기라는 게 영토를 크게 넓혔다는 뜻이고, 그러자면 전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전쟁에는 ‘국민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따라 붙기 마련이다. 이제껏 전쟁을 일삼아온 그가 전쟁을 그만두겠노라고 말한다. 이게 아니다. 언제나 어설프게 국민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놈들이 꼭 사고 친다. 국민 핑계대지 말고 얌전히 있는게 국민 도와주는 것이다.

노나라 애공도 같은 사람이다. 실제로는 노나라의 권력을 쥐고 있던 호족들을 공격했다가 되레 쫓겨나 죽음을 당한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다. 정치한다는 사람치고 국민이 어쩌고저쩌고 한다는 한 마디를 앞세우지 않는 사람 못 봤다. 요즘은 국회의원들 연설이나 유세장에서 국민이란 단어 빼먹는 일 없다. 그 사람들의 뒤에 숨은 뜻을 알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