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초빙교수
김 성 중

무술의 사전적 의미는 무기 쓰기, 주먹질, 발길질, 말달리기 등의 무도에 관한 기술을 강조하여 생사를 건 대인격투술이라는 본질적 뜻을 말한다. 무술(武術)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무(武)는 군사기법, 군사기술, 군사체계이고 술(術)은 기법, 기술을 말한다. 내용은 기술의 측면에서 싸움기법이 목적이 된다. 즉 기술적인 성질, 전략적인 작용, 수단적인 방법 등이다. 무술과 무예는 같은 개념인데 선호하는 경향이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무술에 대하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단전(壇前)의 경기회(競技會)에서 뽑힌 선인(先人, 仙人)들이 수박, 격검(擊劍) 같은 각종 기예를 익혔다고 하였는데, 이 주장은 아직 문헌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구려 무용총과 안악 제3호분의 벽화에 그려진 두 사람이 겨루는 장면을 볼 때, 당시에 수박희를 놀았을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박 및 수박희란 명칭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고려시대이다. 『고려사(高麗史)』 「두경승전(杜景升傳)」에 수박하는 자가 경승을 불러 대오(隊伍)를 삼으려 했다고 하고, 「이의민전(李義旼傳)」에는 이의민이 수박을 잘해서 의종(毅宗)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며, 「최충헌전(崔忠獻傳)」에는 수박에서 이긴 군사에게 교위(校尉), 대정(隊正) 자리를 상으로 주었다고 하였다. 또 「정중부전(鄭仲夫傳)」에는 의종이 보현원(普賢院)에서 무신들에게 오병(五兵)의 수박희를 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말의 충혜왕(忠惠王)은 수박희를 즐겨 관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전기에도 고려 수박의 전통은 그대로 계승된다. 『태종실록(太宗實錄)』, 『세종실록(世宗實錄)』, 『세조실록(世祖實錄)』에는 수박희로 시험하여 군사를 뽑았다거나, 왕이 수박 잘하는 사람을 별도로 뽑아서 연회 때 하게 했다는 수박과 관련된 기록이 적지 않게 전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수박희가 15세기에 이미 민간의 세시풍속으로 정착되었다는 사실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전라도 여산(礪山)의 작지(鵲旨)에서 매년 7월 15일 근방의 두 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수박희로 승부를 겨루었다고 한다. 작지라는 마을은 여산군 북쪽 12리, 충청도 은진현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우리 익산에서 매년 충정도와 전라도의 무술대회가 열렸다는 최초의 기록이며 ‘수박’이라는 무술이 민간의 세시풍속으로 전래되어 익산에서 꽃을 피웠다는 문헌상의 고백이다. 이러한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무술이 우리 고장 익산의 멋지고 귀중한 문화 유산이기 때문이다.

우리 익산의 산천과 기운 속에 면면히 흘러온 문화유산인 ‘무술’이 우리의 고달픈 역사 속에서 많은 역할을 하여 왔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1907년 11월 익산 팔봉면 이규홍 의병장을 비롯한 257명의 피 끓는 청년들로 창의한 익산의병, 3.1 만세운동 등 민족의 고난 앞에 떳떳이 나선 기개와 용기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해방 후 익산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조직폭력배들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어느 정도는 작용하였을 것이다.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등의 유명 도장에서 걸출한 사범들이 건재하고 있는 익산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특공무술의 산실 또한 익산이다. 특공무술을 창시한 장수옥 사범은 이리상고 학창시절 합기도에 입문하여 1968년 송학동에 도장을 개설하여 많은 후진을 양성하였다. 그 후 1978년 청와대 무술사범으로 재직하면서 특공무술을 창시하여 25년간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특공무술을 가르치면서 경호원의 영원한 사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지방자치시대,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승화시켜나가는 익산시민들의 열정과 관심을 촉구한다. 우리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유산 ‘무술’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 익산시민은 선열께서 남겨주신 자랑스러운 고장 익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와 우리 후손들을 위하여 시민 화합과 익산발전을 이루어내야 할 시대적 소명 앞에 서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