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 서쪽 끝 적벽강 위에 수성당이 있다. 서해의 대표적 조기 어장인 칠산바다를 관장하는 개양할미를 모신 신당이다. 오래전 옛날부터 해안가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풍어와 안전 그리고 마을의 안녕을 빌어왔다. 뿐만 아니라 칠산바다를 오가며 해상활동을 했던 사람들에게도 숭앙의 신이었을 것이다.

수성당은 해발 22미터의 적벽강 위에 있어 바다에 나간 사람들에게는 방향을 잡아주는 등대의 역할도 했을 것이다. 원래는 구낭사였다고 전해진다. 아홉 여신들을 모신 사당이라는 말이다. 개양할미와 막내 딸, 그리고 할미가 칠산바다 주변의 당집에 보낸 일곱 딸을 구낭이라고 부르며 함께 모신 곳이다. 당집 바로 아래 적벽강은 바닷물에 침식되어 생긴 해식동굴로, 이곳 사람들은 여우굴 또는 당굴이라 부르며 개양할미가 사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오다가 오늘날의 수성당을 건립하게 되었을 것이다.

개양할미는 신장이 무척 커서 나막신을 신고 서해바다를 걸어다니며 깊은 곳을 메우고 위험한 곳에는 표시를 해서 어부들의 생명을 보호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도에 가려면 곰소항에서 배를 타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다가 메워져서 수심이 너무 얕아져 배가 운항할 수 없어 격포에서 배를 타야한다.

개양할미가 곰소 앞바다를 걸어다니면 치맛자락이 물에 조금 젖을 정도였다고 하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이에 화가난 할미가 육지의 흙과 돌을 치마로 날라 바다를 메웠다고 전한다.

예로부터 칠산바다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여서 중국, 일본과의 교류가 활발했으며, 영광굴비의 산지이다.

얼마 전 수성당의 당신도가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다. 지금은 철제 자물쇠가 걸려있다. 우리 모두 조상님들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