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위왕 때 초나라가 제나라를 침입했다. 위왕은 순우곤이란 자에게 조나라에 가 구원병을 요청하도록 하였다. 이에 조나라 왕이 정예 병사 10만명과 전차 1,000승을 파병하였다.

초나라가 이 소식을 듣고 물러갔다. 위왕이 크게 기뻐하여 순우곤에게 술을 내리며 몇 잔을 마셔야 취하느냐고 물었다. 순우곤이 “한잔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라고 했다.

순우곤의 변명을 들어보자. “왕께서 술을 내리시면 관원들이 옆에 있어 두렵고, 더군다나 엎드려 마시니 한 말도 못 마시고 취합니다. 어버이에게 꿇어 앉아 받아도 두 말을 못 마시고 취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벗과 마시면 홀가분하고 즐거워 대여섯 말을 마실 수 있습니다. 마을 잔치에서 남녀가 섞여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면 이런 것을 좋아하여 여덟 말 정도 마실 수 있지만 완전히 취하지는 않습니다. 또 깊은 밤에 자리를 좁혀 남녀가 동석하고, 신발이 뒤섞이며 술잔과 그릇이 어지럽게 흩어지고(배반낭자) 마루 위의 촛불이 꺼지고, 엷은 비단 속옷의 옷깃이 열리면 은은한 향기에 한 섬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술이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고 즐거움이 극도에 이르면 슬퍼집니다”

모든 사물이란 극도에 이르면 반드시 쇠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제위왕은 곧 밤새워 술 마시는 것을 거두고 순우곤을 주객으로 삼았다. 그 후 왕실의 주연이 있을 때마다 순우곤이 항상 왕을 모셨다고 전한다.

배반은 술병이라든지 술잔 같은 것이 흐트러져 있는 상태다. 낭자나 여우나 이리 같은 동물이 잠을 자고 난 다음 흔적을 없애기 위해 풀을 마구 흩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유혈이 낭자하다란 말을 쓴다. 배반낭자의 줄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