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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밭

▲ 김종빈

대밭에 바람이 불면 잠든 이야기가 깨어나고
댓잎 뒤 숨죽이던 고요까지 일어나서
제 귀를 씻어내느라 소란해지는 것이다

대밭에 비가 내리면 대통은 한숨을 털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울음까지 터져 나와
제 마디 결대로 굵어 꼿꼿해지는 것이다

대밭에 달이 오르면 어둠에 밀린 결기와
일상의 한숨과 설움 가슴으로 끌어안고
제 속을 비워낸 만큼 창창해지는 것이다

24-09-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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