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군(軍)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들은 상대를 향해 빠른 속도로 공격할 수 있어야 무기로써 구실을 할 수 있다. 느린 것은 쓸모가 없다. 한반도의 긴장관계도 ‘빠른 무기를 누가 많이 보유할 것인가’가 문제로 등장되었다.

그중 미사일이 오늘날 군의 빠름을 대변해주고 있다. 미사일이란 상대방의 미사일보다 빨라야 미사일의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현대전에서는 먼저 보고 먼저 공격하는 의미와 함께 속도가 있어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류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기는 시대에서 빠른 자가 느린 자를 이기는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일찍이 지적을 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통신 장비의 경쟁력도 그 핵심은 빠름에 있다.

느린 통신장비는 통신장비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따라서 빠른 국가가 느린 국가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빠른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빠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빠른 사람은 생각의 속도가 빠른 사람, 학습의 속도가 빠른 사람, 의사 결정의 속도가 빠른 사람, 현실 감각의 속도가 빠른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인류가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속도경쟁을 하다 보니 막상 모든 것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따른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해 뜨면 일어나서 일하고 해지면 잠자던 시절에는 자연이 곧 시계였으며 빠름과 느림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분, 초, 단위의 시간경쟁이 시작되고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면서는 아날로그 타임에서 디지털 타임으로 바뀌었고, 드디어 오늘날에는 광속의 세계가 일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여기에 사람들은 빠르게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면서 자연히 발생되는 ‘스트레스’라는 것을 받게 되어있다. 이른바 스피드 피로감이라는 것이다. 스피드 피로감은 심신이 피로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느림의 기술, 느림의 미학이다. 실리콘밸리나 월스트리트에서는 속도경쟁에 시달리는 기업인들이 주말에는 교외로 탈출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최고 경영자는 주말농장에서 염소를 기르기도 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생체시계의 태엽을 풀어버리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불기 시작한 산행을 즐기는 일과 걷기 열풍은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는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미 제주도를 시작으로 둘레길이 곳곳에 생겨나서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 이유도 바로 속도전에서 오는 피로를 풀기 위한 것이다. 느림의 시간이 있기에 빠름의 시간을 우리는 알 수 있게 되며 세상을 살아가는 길에는 빠름과 느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서점에 가보면 한쪽에는 빠름을 상징하는 속도와의 경쟁, 광속의 시대라는 책들이 있고 다른 편에는 슬로시티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있는 책들이 있다. 햇 갈릴 것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업무를 할 때는 빠르게 쉴 때는 느리게, 주중에는 빠르게 주말에는 느리게, 낮에는 빠르게 밤에는 느리게, 긴급 상황에서는 빠르게 명상은 느리게 해야 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세상이 오늘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아마도 우리 마음속에는 토끼와 거북이의 바탕 철학 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긴급한 상황에서는 토끼처럼, 느긋한 상황에서는 거북이처럼, 살아가는 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쩌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엊그제만 해도 폭염이 기성을 보였지만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싸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머지않아 닥쳐올 추위에 대비해야 하는 바쁜 나날이 되어가는 만추의 계절이다. 다시 빠른 움직임을 강요하고 있는 계절에 느림의 상징이요 건강의 상징인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여 국화향기와 함께 삶의 행복을 찾으시길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