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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

협동사회경제연구소 대표

권 태 홍

2016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큰 역사적 변화를 예감하는 설레임을 느낀다.

2012년 겨울 이맘때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이민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로 간 사람도 봤다. 51.6%의 지지로 박근혜가 당선된 직후였다. 왜 그렇게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를 지지했을까? 박정희 향수도 있을 것이고, 기대도 있을 것이고, 연민도 있을 것이었다. 물론 개혁과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그만큼의 대안적 비전을 제시 못했고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2012년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고 복지였다. 2012년 대선 공약만 보자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보적인 경쟁이었다. 민주화 주도세대였던 50대조차도 박근혜에 대한 지지가 60% 이상으로 높았으니 상당한 기대치가 존재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박근혜 정부가 잘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랬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위기지속인 상황이라 박근혜 정부는 정말 잘해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선 공약대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이 실천되고 보다 높은 질의 정책경쟁이 일어난다면 국민에게는 가장 유익한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한 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박근혜 정부는 공약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헌법적 도리마저 배신하고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불법과 국정농단의 만행을 저질렀다.

대한민국 경제는 최악이고 국가부채와 가계부채는 역대 어느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으며,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남북관계는 파탄 났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 국정교과서, 싸드 배치와 대중국 갈등비용, 한일위안부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반동과 퇴행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들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고 국격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런 상태로 한 해가 마무리되었다면 얼마나 자존심 무너지고 절망적이었을까? 그러나 2016년은 민주주의 부활의 한 해였다. 쌓여왔던 친일과 군사독재의 적폐가 세계 앞에 민낯을 드러내는 한해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주의 역량을 증명한 한 해였다.

2016년의 총선에서 민심의 무서운 흐름이 시작되었다. 야권분열로 인한 새누리당 압승 예측들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4월 13일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압도적인 여소야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때부터 역사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누가 기획할 수도 계획할 수도 없는 결과를 국민들 개개인의 투표행위의 총합으로 만들어낸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의정치권에게 헌법적인 국민주권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민들의 무서운 경고를 관성적으로 대하고 또 망각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수 십년의 수구적인 관성과 적폐위에서 안주했다. 결국 국민들은 일상을 접고 거리에 나와야만 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12월 31일 10차 촛불집회까지 예측 연인원 1000만명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마음을 담아서 함께 한 숫자이니 그 에너지의 크기를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부터 청소년과 노인들까지 남녀노소, 지역 구분 없이 해외의 교포들까지 함께 했다. 누구든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고 경청했으며 서로의 마음을 울리고 공감을 만들어냈다.

특히 청소년들의 발언과 실천은 4.19혁명이후 처음일 뿐 아니라 그 내용도 주체적이고 당당했다. 현실을 근본부터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아니 바꿔나가자는 것이었다.

청소년과 노인들, 여성들, 이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은 외롭고 행복하지 않으며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불안하다. 균등한 기회와 패자부활이 보장되지 않는 불공정과 평생 무한 경쟁으로 인한 끝없는 줄세우기와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개인이 해결할 수 없으니 사회가 해결해달라는 것이고 함께 해결해가자는 것이다. 그런 희망을 대의정치가 풀어나가도록 끝까지 주권자의 의지를 모아보자는 것이다. 각각의 생활공간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의견을 내고 여론을 만들고 정책으로 승화시켜 정치경제사회구조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가자는 것이다. 이런 함성이고 행동이었다.

이제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할 때이다. 삶과 사회와 국가에 대한 인간적이고 주체적인 질문을 새롭게 제기해야 할 때이다. 헌법적 국민기본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15조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31조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32조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34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민기본권에 대한 적극적 반성과 고민 없이 진행되는 정치권 중심의 권력구조 개헌논의는 결국 정치 엘리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일 뿐이다.

2016년의 촛불시민혁명으로 말미암아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2017년은 단순한 새해가 아니라 새로운 꿈과 희망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는 역사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2017년은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함께 꿈을 꾸고 이루어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고 믿는다.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