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열자』 「역명」 편의 한 대목을 옮긴 것이다.

사는 편이 좋은 자가 사는 것은 하늘이 내리는 복이다. 죽는 편이 좋은 자가 죽는 것도 하늘이 내리는 복이다. 사는 편이 좋은 데서 살지 못하는 것은 하늘이 내린 벌이다. 죽는 편이 좋은 데도 죽지 못하는 것도 하늘이 내리는 벌이다.

사는 편이 좋기도 하고 죽는 편이 좋기도 한데, 사는 이도 있고 죽는 이도 있는 것이다. 살아서는 안 되는데 살고, 죽어서는 안되는데 죽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사는 것을 살게 하고 죽는 것을 죽게 하는 것은 밖의 물건도 아니려니와 나도 아니요. 모두가 운명인 것이다. 사람의 지혜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속담에 “아득히 끝이 없는데도 하늘의 도는 스스로 모여들고, 막연하여 분별이 없는데도 하늘의 도는 스스로 움직인다. 하늘과 땅도 그것을 범할 수 없으며, 성인의 지혜로도 그것에 간여할 수는 없으며, 귀신이나 도깨비라도 그것을 속일 수가 없다. 자연은 묵묵히 있으면서 일을 생성시키며 공평히 해 주고 편안히 해 주며 보내기도 하고 마중하기도 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순화하는 숙명을 설명하고 있다. 숙명이란 아무도 건드리거나 간여할 수 없는 절대적이면서도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절대적이면서도 모두가 저절로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숙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