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곡宣曲 임씨의 조상은 진제국 치하에서 양식 창고를 지키는 말단 관리였다. 진제국이 붕괴하자 너도나도 금은보화를 약탈하였지만 유독 임씨만 양곡을 빼내 지하실에 숨겨놓았다. 항우가 진제국을 멸하고 서초 패왕에 등극하였지만 각지의 제후왕들을 통제하지 못하여 또다시 혼란스러워져 항우와 유방이 양진영으로 갈리어 싸우게 되었다. 초한楚漢의 싸움은 5년 가까이 진행되었고 특히 형양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접전하자 백성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이에 쌀이 귀해지고 쌀값이 폭등하였다. 이즈음에 임씨 조상은 양곡을 풀었고 호걸들의 금은보화가 모조리 임씨 수중으로 들어왔다. 이리하여 거부가 되었다.

이후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여 정국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부자들은 사치를 일삼았지만 임씨 집안만은 검소했으며 농사와 목축에 힘썼다. 일반 사람들은 저가 품종을 선호했지만 임씨만은 우량품종을 고집하여 임씨 집안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가축은 최고급으로 인정받아 항상 고액에 팔려나갔다. 이리하여 임씨 집안은 여러 대에 걸쳐 갑부를 유지하였다. 임씨 집안의 가훈을 보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밥을 먹지 말라. 옷감을 짜지 않으면 옷을 입지 말라.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마치지 않으면 음주가무는 물론이고 고기도 먹지 말라.”

임씨 집안은 갑부이면서도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하여 고을의 모범이 되었다. 졸부들은 관리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임씨 집안만은 황제의 예우를 받았다.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는 것이 먹고사는 바른 길이다. 그러나 부자가 되려면 반드시 머리를 회전시켜야 한다. 부자가 되는 길은 다양하며 물건의 임자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재물은 유능한 자에게 몰리며 무능한 자는 쥐어줘도 놓아버린다.”

또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펑펑 쓰면 항상 부족하고 적게 벌어도 아껴 쓰면 항상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