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나라 현종·玄宗은 초반에는 정치를 잘한 인물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주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이임보라는 간신이 있었는데, 후궁을 통해 현종의 환심을 사 재상이 된 사람이다. 그는 무조건 황제의 비위만 맞추면서 절개가 곧은 신하의 충언이나 백성들의 간언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한번은 비리를 탄핵하는 어사에게 위협했다.

“폐하께서는 명군·名君이시오. 그러니 우리 신하들이 무슨 말을 아뢸 필요가 있겠소. 저 궁전 앞에 서있는 말(馬)을 보시오. 어사도 저렇게 잠자코 있으시오. 만일 쓸데없이 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소.”

이런 식으로 해서 신하들의 입을 봉해 버렸다. 설령 직언을 생각하고 있는 선비라 하더라도 황제에게 가까이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말했다.

“이임보는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지만 뱃속에는 칼을 가지고 있으니(口密腹劍), 위험천만한 인물이다.”

이임보가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그 이튿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주살되는 자가 생겨났다. 그러나 오만방자하던 이임보도 죽은 지 넉 달 뒤 모반을 꾀했다는 죄목으로 부관참시를 당하고, 자손들도 귀양을 가게 되었다.

한편 이임보의 득세에 숨을 죽이고 있던 안녹산은 이임보가 죽자 반란을 일으킬 음모를 꾀하고 있었으니, 그도 역시 구밀복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 고사는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실린 이야기로 우리는 흔히 자신의 출세를 위해 구밀복검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출세하고 나면 도와준 사람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그들의 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