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태종이 하루는 조정의 대신들에게 제왕의 일로 창업과 수성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어렵냐고 물었다. 이에 방현령이 대답했다. “국가를 세우려면 뭇 영웅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기 때문에 수많은 적을 격파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보면 창업 쪽이 어렵습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위징이 반박했다. “제왕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므로 결코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천하를 손에 넣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교만해지면 정사를 게을리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민심은 자연스럽게 이반됩니다. 이렇게 보면 수성이 더 어려운 것입니다.”

태종이 두 신하들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매듭지었다.

“방현령은 나를 따라다니면서 천하 평정에 참여하며 수많은 위험을 겪으면서 지금에 이르렀으니 창업을 어렵다고 본 것이며, 위징은 나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안정되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며 국가의 위기란 교만과 게으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수성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창업의 힘든 일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지금부터는 그대들과 더불어 수성의 어려운 일을 감당하며 삼가해야 될 것이다.”

《정관 정요》에 실려 있는 문답이다.

당나라 300년 역사의 초석을 세운 것은 고조 이연이었지만, 정치 체제를 확고하게 정립한 자는 이연의 둘째 아들인 이세민이었다. 이세민은 당나라 건국과 더불어 진왕에 봉해져 직접 군대를 이끌고 각지를 돌아다니며 조정의 뜻에 거스르는 세력들을 평정하였으며, 이 바탕 위에서 황태자로 옹립되고, 나이 29세에 제위를 물려받았다.

그는 즉위한 이듬해 연보를 「정관」이라 하고 23년 동안 내치와 외치를 훌륭하게 하여 정관의 다스림<貞觀之治·정관지치>이라는 태평성대를 이룩했다. 이런 태종의 위업을 가능하게 한 명신들과 태종의 문답을 모아 엮은 것이 《정광정요》이다.